“쓸모없는 종”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1. 오후 7:57:13

글자

나해 연중 제 32 주간 화요일.

2006. 11. 14.

중계본동.


티토 2, 1-8.11-14.

루카 17, 7-10.


예수께서는 다소 버거운 하늘나라의 요구들에 대해 말씀하셨었습니다. 자그마한 믿음이라면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 없음을 말씀하신 예수께서는 혹여 그것을 행함에 대해 대가를 바랄까봐 오늘의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내가 말한 것을 다 지키고 나서 너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노라고!’


예수께서 노예 즉 종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들려오지만, 비유로 알아듣도록 말씀하신 것이니까 비유를 알아듣습니다. 오늘 등장하는 종은 주인의 집에서 일하는 단 한 명인 종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종은 들에서 일을 하고서도 집에 돌아와 또 집안의 일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바로 그 일을 위해 구입(당시 종은 재산이므로)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종을 굶기거나 학대해서는 안 되지만, 종이 열심히 일하거나 해야 할 일이 많이 남겨져 있을 때 식사를 늦추더라도 일을 한다고 할 때 미안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은 그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주인과 종의 관계를 예로 들어 다소 힘든 일을 우리가 하게 된다 하더라도(예를 들면 하루에도 일곱 번씩 지속적으로 용서하는 것) 그것을 통해 마치 당연한 듯 주님께 무엇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땅히 주님을 섬기는 종으로써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쓸모없는 종”이라고 하실 때, 이 쓸모없음은 ‘하찮은’, ‘보잘것없는’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겠습니다. 즉 우리는 주님께 전적인 충성을 다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내가 주님과 함께 서서 마치도 대우받아야 할 존재로 뻐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님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종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지극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하느님의 사랑은 그분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했다고 해서 그분도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우를 넘어선 것이죠. 우리가 그분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입니다. 우리는 그저 그분께서 내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잘 듣고 그분의 뜻을 실행하기만 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부를 때, 그 주님은 나의 주인이라는 뜻이죠. 주인을 주인으로 대하는 종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삶 속에서 계속해서 그분께 나의 모든 시선이 향해 있어야 합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행하려는 존재들이 바로 주님을 믿는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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