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겸손하면 천하를 얻는 것[경훈모신부님]

2006. 12. 1. 오후 7:50:26

글자
연중 제 32주일 화요일 - 경훈모 신부

 

 

“저희는 보잘 것 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이렇게 고백하라는 오늘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하나의 도전입니다. 자기 존재와 업적을 드러내는 것, 남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단순히 교만과 겸손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말씀의 바탕은 겸손입니다. 그분의 삶 전체가 겸손이었습니다. 겸손이 없으면 주님의 이 말씀은 실현할 수 없습니다. 이 말씀이 우리에게 도전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종이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자신을 주님의 종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는 종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주인 행세를 하려는 것이 항상 문제입니다. 종은 끝까지 종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핵심은 결국 스스로 ‘종’이라는 자각을 갖고 살라는 것입니다. 그런 자각으로 주님께 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충실한 종, 겸손한 종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 해야 할 바를 다하고 “주님!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하고 말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과 환경은 변화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자신을 낮추어 한없이 겸손하게 오신 주님! 허리를 굽혀 제자들 발을 손수 씻겨 주신 주님! 그분을 좀 더 닮아가게 되고, 좀 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될 것입니다.
어른이 읽는 동화,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로 늘 감동을 주었던 정채봉님의 글에서도 우리는 겸손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예화> 주인공 바위는 다른 바위들과 함께 산골짜기에 조용히 엎드려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골짜기에 사람들이 나타나 바위들을 차에 실었습니다. 그 중에는 주인공 바위도 함께 있었습니다. 바위들이 돌 공장에 도착하자 조각가들이 나타나 바위를 하나씩 차지했습니다. 바위 하나는 설익은 조각가의 정에 의해 고스란히 돌 부스러기로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서툰 솜씨 때문에 망가진 것입니다. 다른 바위 하나는 해태상이 되어 한 곳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바위를 붙든 조각가는 늘 생각에만 몰두할 뿐 좀처럼 연장을 손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 조각가가 대답했습니다. “서투른 내 솜씨로 이 바위를 못 쓰게 만드는 것 보다, 후일 더 나은 주인을 만나도록 그냥 두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주인공 바위는 뒤돌아서 가는 그 조각가의 그림자를 가슴속에 가만히 안아 들였습니다. 세월이 반 백년이나 흘렀습니다. 어느 날 눈에 총기가 서린 젊은 조각가가 나타나서 자기 스승 모습을 남기겠다며 주인공 바위 앞에 앉았습니다.


  점차 돌조각들이 정에 의해 떨어져 나가면서 얼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얼굴은 오래전에 그냥 뒤돌아 갔던 바로 그 조각가의 얼굴이었습니다. 이렇게 겸손은 진실과 사랑을 열매 맺습니다. 또한 사랑은 겸손을 통해서 그 참 가치가 드러나고, 겸손을 통해서 사랑은 더 안전하고 바르게 전달됩니다. 성모님을 생각해 보십시오. 성모님의 겸손과 순명 덕택에 사랑 자체이신 주님을 우리가 만나고 알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의 겸손과 순명이 주님을 이 세상에 가장 안전하고 바르게 전해 주셨습니다. 성모님은 지금도 여전히 겸손하셔서 티 나지 않게 우리를 가장 확실하고, 가장 안전하게 주님께로 안내하십니다. 겸손이 나를, 우리 가족들과 공동체를 주님과 연결시켜 줍니다. 그래서 겸손이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하고 겸손이 우리를 참된 행복에로 이끌어 줍니다.


  오늘은 이 이치를 깨닫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하면 천하를 얻는 것이고, 교만하면 천하를 잃는 것입니다. 겸손한 사람의 기도는 구름을 꿰뚫고, 주님께 도달하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주님은 진정 겸손한 자를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교만한 사람은 사정없이 물리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자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방심하는 사이에 자신이 올라가 있다면 얼른 내려와야 합니다. 그것이 잘 사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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