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작은 예수 - 장재봉 신부님

2006. 12. 1. 오후 7: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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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화

 

루카 복음 17장 7-10절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세상의 작은 예수      장재봉 신부
바오로 사도의 서간을 읽으면 그분의 헌신적인 노고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저는 가끔 ‘바오로 사도가 없었다면 교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오로 사도가 교회에 끼친
영향이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그의 서간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그 시절의 교회도 ‘참 시끄러웠구나’
싶은 것입니다. 세상살이 말 그대로 그렇고 그런 모양입니다. 우리가 믿음의
사람으로서 갖출 덕목을 살펴보니까 말 그대로 품위가 넘치는 선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모든 것은 하느님 말씀이 ‘세상에서 모독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모든 일이 품위 있고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1코린 14,40). 그렇습니다. 우리들이 세상의 그 무엇에도
당당했던 예수님의 그 기품을 닮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바로 그리스도인의
대표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세상에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섣부른 행동이나 언사가 하느님을 모독할 수 있다는 그 엄청난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기에 대해서 절제된 삶과 신중한
행동을 통해 선행의 본보기가 되라고 오늘 분명하게 가르쳐주십니다. 우리는
명령을 받은 대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그분의 종입니다.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는 세상에서
또 하나의 작은 예수입니다.
 나 혼자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그렇게 쉽사리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스스로가 초라해서 견딜 수 없다.
도시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데,
나 혼자 촛불 하나를 들고 있다고 해서
그 어둠이 걷힐 리 만무하다.
하지만 어둡다, 어둡다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초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을 옆 사람에게, 또 그 옆 사람에게,
초가 타는 한 옮겨주고 싶다.
그래서 내 주변부터 밝고 따뜻하게 하고 싶다.
모든 일을 해결할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눈빛 푸른 젊은이여,
만약에 당신이 내 옆에 서 있다면
내 촛불을 기꺼이 받아주시겠는가.

한비야 | 푸른숲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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