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 이기양 신부님

2006. 12. 1. 오후 7:47:31

글자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하느님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제 1독서 : 티토 2,1-8.11-14 (우리는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기를 기다리며 경건하게 살고 있습니다.)
복    음 : 루카 17,7-10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어디서 많이 듣던 구절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얼마 전 <신심 서적 100권 읽기>중에 선정한 『나가사키의 노래』라는 책 중 나가이 다카시 박사가 자신의 묘비에 썼던 성경 말씀입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는 1945년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에 떨어질 때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엄청난 비극 앞에서도 의료진과 남은 사람들을 모아 사랑을 실천하며 신앙인으로서의 모범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부모로부터 조상 대대로 믿던 신도(神道)를 물려받았지만 나가이 다카시는 과학적 이성주의의 영향으로 신도(神道)신앙을 버리고 무신론자가 됩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으로 비과학적으로만 생각해온 종교에 눈을 뜨게 되고,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지요. 특히 그 시기에 읽게 된 파스칼의「팡세」는 그리스도교로 입문하게 되는 도화선이 되고, 중국과의 전쟁에 소집당한 후 그는 하느님을 찾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나가사키로 돌아온 그는 영적인 갈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영세를 받고, 미도리라는 처녀와 결혼을 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의대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방사선학을 가르치고, 그 당시 많았던 결핵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과 씨름했던 13년의 세월은 나가이 다카시에게 방사선의 과다한 노출로 백혈병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합니다. 그는 아내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1945년 8월 미군에 의해 발사된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에 떨어지고, 순식간에 한 도시는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20만 인구 중 80%가 죽었고, 그 중에는 나가이 다카시의 사랑하는 아내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자신도 원폭 피해자가 된 그 절망 속에서도 그는 의료진과 남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신앙인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습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는 원폭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지만 절망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그 사건 안에서 하느님의 깊으신 뜻을 읽을 줄 알았던 참된 신앙인이었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이 사건을 큰 재앙으로 보고 분노하였을 때 그는,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많았던 나가시키의 우라카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의미를 2차 대전과 연루된 모든 민족의 죄악을 속죄하기 위해 희생 제단 위에 번제물로 바쳐진, 하느님의 선택된 희생 제물, 곧 흠 없는 어린 양으로 해석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신앙인이었습니다.
   자신도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백혈병을 앓았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충실한 종이 되었고, 하느님께서는 그를 벗이라 부르시고 당신의 아들로 삼으시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험난한 삶을 살면서도 나가이 다카시 박사는 누구를 원망하지도, 인생을 비관하지도 않았습니다. 죽기까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살았고, 죽어서도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라며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 하는 삶으로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주위에서 이런저런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겪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내 말을 따라 주기를 바라며 나를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게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는 자세로 산다면 우리 인생에서 대부분의 다툼과 어려움은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작은 노력에도 남이 칭찬해 주고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못하면 섭섭해 하고, 지나치면 화를 내며 다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주위의 반응에 나를 맡기면 수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지요. 작은 것에 눈치를 살피고, 말 한 마디에 기뻐하거나 절망하여 우울해지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는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됩니다.
   인간의 반응에 민감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반응에 내 인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았는가에 내 삶을 맡겨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17,10)하는 겸손한 자세로 살아간다면 급변하는 주위 여건에서도 평화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음에 평화를 누리고 하느님 안에서 믿지 않는 사람과 다른 삶을 사려면 인간의 반응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면 흔들림이 있을 수 없으며,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묘비명에 썼던 글과 오늘 복음말씀처럼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라고 절망과 시련에서도 꿋꿋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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