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과 믿음 - 김상조 신부님

2006. 11. 23. 오후 3:55:59

글자
연중 32주간 월요일

2006-11-13

 

 

기적과 믿음

기적은 주술적인 힘이 아니다.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나는 것이다.
사실 모든 기적이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불을 손에 쥘 수 있거나,
칼날 위를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것도 하느님의 능력과 그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악한 사탄의 세력이 사람을 꾀는 것이라 하더라도
하느님은 사탄에게 그러한 능력을 허락하셨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을 시험하기도 하시기 때문이다.
보다 분명하게 말해서 사탄의 힘도 하느님이 허락하시지 않는한 발휘될 수 없다.

그런데도 자주 우리는 이런 외적인 힘에 이끌려서 하느님을 저울질 한다.
예컨대 뭔가 변화되는 새로운 삶을 위해서 매일 성체조배를 하고,
9일기도나 54일 기도 또는 심령기도를 한 다음 효력을 보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자신의 열성을 탓하거나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경우이다.
자신을 탓할 것도 하느님을 의심할 것도 아니다.

땅 속에 단단히 뿌리박은 뽕나무를 뿌리째 뽑혀서 옮기는 믿음이나,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은 커다란 것이 아니라 하셨다.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겨자씨만한 믿음은 열성적으로 기도하거나,
유창한 말로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하는 것이다.
무엇이 어찌되어서 그리 되는진 모르지만 오직 하느님만은 하실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믿음은 전적인 투신이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자기 몸을 던진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자기 몸을 바친다고 아버지의 눈이 떠진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죽음의 바다-정말 빠지면 죽는 곳이다. 코와 입에 물이 들이쳐서 숨막혀 죽는 곳이다-위에 자기 몸을 던진 것은,
참으로 실낱같은 믿음에 자기 몸을 맡긴 것이다.
확신이 배신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한 인생살이에서
실낱같은 믿음에 자기를 맡길 수 있다면,
그야 말로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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