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겸손과 교만[권지호신부님]

2006. 12. 1. 오후 7:53:08

글자

겸손과 교만  

-권지호 프란치스코 신부 -

  옛날, 불상을 지고 다니는 당나귀가 있었습니다. 이 당나귀는 자기를 보는 사람마다 절을 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잘난 줄 알고 잔뜩 교만해졌습니다. 이렇게 당나귀가 오만방자해지자, 주인은 당나귀에게서 불상을 치워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사람들이 자기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당나귀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인사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지고 다니는 불상에게 절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우화는 교만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교만이란 거짓에 속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착각하는 것입니다. 사실 당나귀는 속은 것입니다. 착각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기에게 절하는 줄로 착각한 것입니다. 이렇게 교만은 거짓에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겸손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진리를 진리 그대로 인정하는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로 겸손입니다.


    오늘 복음이 바로 이 겸손을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 루카복음 17장은 노예제도를 경험하지 못한 현대인에게는 자칫 인권유린처럼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노예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던 2천년전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오늘 내용은 겸손에 대한 탁월한 가르침입니다 :


   어떤 노예가 하루 종일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밥부터 먹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주인이 편안하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시중을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다 한다고 해서 주인은 그 종에게 감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종은 주인에게 “저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일을 했을 따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2천년전,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이었습니다. 소유물이이라면, 물건입니다. 노예는 사고파는 물건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노예는 오로지 주인을 위해서 살고 죽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노예가 하루 종일 노동을 한 후,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도, 주인이 식사를 하도록 먼저 시중을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 당연한 일을  했다고 해서 주인이 노예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노예가 주인에게,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고 자신은 쓸모없는 종이라고’ 고백해야 합니다.


    이런 종의 태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노예로서의 당연한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대로 처신한 것입니다.


   이 얘기를 통해 오늘 복음은 우리 자신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보라고  초대합니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무엇입니까?


   우리인간은 이 지구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지구는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 9개의 행성 중 3번째 행성입니다. 9개의 행성을 거느린 태양이란 항성은 우리 은하계에 속해 있고, 우리 은하계에는 태양과 비슷한 항성이 약 2천억 개 이상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우주 안에는 우리 은하계와 비슷한 은하수가 300억 개 이상 있다고 학자들이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입니까? 그것도 100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 우리는 무엇입니까? 그 찰라의 삶도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먼지만도 못한 존재입니다. 우주적인 시간으로 보면, 우리 삶은 한순간 반짝하는 것보다 더 짧은 인생을 살고 갈 뿐입니다.


   이런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조금은 겸손해 질 것입니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착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본래 내 것이라고는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실을 사실대로 보게 되면 우리는 조금 겸손해 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더 엄청난 사실이 있습니다. 이 먼지만도 못한 우리 인간을 하느님께서 무한히 사랑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믿게 되면, 우리는 참으로 인생을 기쁘게 살수 있습니다. 그리고 옛날 신앙인들이,  “하느님, 인간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랑해 주시나이까?” 하고 부르짖은 이유를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인생을 참으로 성공적으로, 그리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비결은 바로 겸손입니다. 진리를 진리 그대로 알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 겸손의 은총을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히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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