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한 분들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니 쉽게 대답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다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에 있는 모든 돈과 여러분의 자녀와 바꾸자고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아니면 남편과 바꾸자고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때서야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다. “자식이야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돈과 바꿀 수 없지만 남편이야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소리내어 웃었다. ‘바보처럼’ 나도 함께 웃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여러분이 만일 혼인을 앞둔 처녀라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총각한테 시집을 갈 수 있겠습니까? 혹시 나는 아무리 가난한 농촌 총각이라도 마음만 착하고 성실하면 시집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보시겠습니까?” 이백 명 넘는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웃지 못했다. 웃을 수가 없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들었더라면 나는 뛰어가서 그분 손을 잡았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날이 갈수록 사람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슬픈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좇아서 살아왔는지, 결국 돈을 좇아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만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고, 직장에 다니고, 혼인을 하고, 집을 사고팔고,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물어보라.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