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 4 주간 금요일/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 조성호 신부님

2007. 3. 24. 오후 12:42:38

글자

다해 사순 제 4 주간 금요일

2007. 3. 23.

토평동

 

지혜 2, 1ㄱ.12-22.

요한 7, 1-2.10.25-30.

 

오늘은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어느날 해와 달이 만났습니다.

 

해가 말했습니다.

 

“나뭇잎은 초록색이야”

 

그러자 달이 말했습니다.

 

“아니야, 나뭇잎은 은빛이야. 그리고 사람들은 늘 잠만 자”.

 

해가 말합니다 “무슨 소리.. 사람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인다고..”

 

“그러면 왜 땅은 늘 이렇게 조용하기만 하지?”

 

“에구.. 뭔소리야? 늘 땅은 시끄럽기만한데..”

 

이때 바람이 쌩하고 나타났습니다.

 

“너희 둘의 말이 맞어. 나뭇잎은 낮엔 초록색이고, 밤엔 달빛을 받아 은빛이 되지. 그리고 사람들은 밤이 되면 잠을 자고 세상은 조용해. 하지만 낮이 되면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땅은 시끄럽지. 우리는 늘 이렇게 자기가 보는 것만 진실이라고 느낄 때가 많아.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야.”

 

오늘 예수께서는 형제들이 당신을 세상이 당신을 알아보도록 드러내 보이라(요한 7, 4)는 말을 접어두고, 남모르게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십니다. 이미 사람들에게 있어서 예수는 관심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예수의 등장에 대해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선한 분이다” “아니다, 그는 군중을 속이고 있다”(요한 7, 12)하고 말입니다. 각자 자기가 보고자 하는 부분만을 바라보며 나름의 시각으로 예수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성전에서 가르치시면서 큰소리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알고 또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요한 7, 28)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축제일은 초막절입니다. 이 초막절은 성전에 경의를 표하며 성전을 보고 경탄하도록 황금촛대들로 성전에 불을 밝히던 축제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예수께서는 당신이 세상의 빛이라고 선포하십니다.(요한 8,12) 사람들이 성전의 불을 보며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듯이 바로 당신의 모습을 보며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초막절 축제에 참례하며 압제 하에 있는 자신들을 메시아가 나타나서 자신을 드러내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성전에서 예수께서 일어나셔서 큰소리로 외치시는 것은 당신께서 성전의 주인이며, 빛이심을 만방에 알리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예수의 진실을 보지 못합니다. 자신들이 볼 줄 알고 예수를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보고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앞서 해와 달의 경우처럼 자신들이 볼 수 있는 것만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우리는 오늘 군중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를 보내신 분은 진실하십니다. (요한 7, 28) 그리고 예수께서도 진실하신 분이기에 하느님을 알고 있습니다.(요한 7, 29)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예수의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진실과 앎, 이것은 서로를 자신의 굴레에 두지 않고 서로에게 자신을 열어두는 것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서로의 뜻을 알고 자신을 내맡기는 것일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를 알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자신을 예수께 내맡겨야 합니다. 예수께서 하느님을 드러내듯 우리가 예수를 드러내야 합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본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만이 진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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