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너희는 알지 못하고 나는 안다 ㅣ이회진 신부님 /2007.03.23

2007. 3. 24. 오후 12:36:55

글자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가 공공연하게 유포되어 있는 상황에서

예루살렘 한 복판에서 연설하시는 예수님을 만나는 유다인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알기에 메시아는 어떤 신비한 곳으로부터 오던지

최소한 다윗 가문의 화려한 후광을 입고 오던지 해야 되는데

예수는 나자렛 시골 출신인데다, 목수의 아들일 뿐입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그저 혼란스러울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생각했던 기대했던 그런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역시 하느님을 안다고 믿습니다.

예수님이 어디에서 오시는지 알고 있고,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성경 말씀 속에서 말씀하고 계시고, 교회 공동체의 삶과 믿음 속에 살아계시며,

때로는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신비로움을 드러내기도 하시고,

때로는 우리의 마음속에 나타나시기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보았냐? 또는 예수님을 만났냐? 하고 물을 때는 당황합니다.

말씀 속에 계시고 하늘에 계신 예수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는 그 하느님은, 예수님은 어디에서 올까요?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진정한 메시아는 아버지로부터 파견된 사람이며,

아버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진정한 메시아는 우리의 이성으로 파악되거나 신비로운 환상 속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있을 것이라고 “아는 존재”일 뿐이죠.


예수님은 당신을 “아버지를 아는 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는 당신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방식은 당시 유다인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는” 것이 아니거나 그들의 가치와는 다르기 때문이죠.


오늘날 우리도 신앙을 살아가며

하느님의 사랑을 살아가는 사람을 볼 때 박수를 치고 칭찬을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당황하고 두려워합니다.


사제나 수도자가 나오는 것에 하느님에게 감사할 줄은 알지만

자신의 자녀가 사제나 수도자가 된다고 하면 고개를 젓습니다.

성당에서 훌륭한 활동을 많이 한다고 성당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집안 식구가 성당 일을 하면 싫어합니다.

성당 내에서는 자기 성당 이외의 다른 활동들을 하면 내 식구니 남의 식구니 하며

편을 가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아버지로부터 와서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의 일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날의 우리가 아는 하느님은 어디에서 오시는 것일까요?

아직도 여전히 머리에서나 하늘에서 오고 있지 않나 합니다.

우리는 그분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2000년 전에도 예수님은 사람들 가운데 있었고,

하느님은 그 이전, 처음부터 사람들의 생명 가운데 있어 왔습니다.


분명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나기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눈을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하느님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 오늘 저희 가운데서 사랑을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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