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중년의 위기[이재욱신부님] 2007.03.23

2007. 3. 24. 오후 12:17:06

글자
중년의 위기

-이재욱 신부(예수회)-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란 것이 있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변화가 생긴다. 젊었을 때는 먹고 살기 위해서, 아니면 애들 키우기에 바빠서 모든 것 다 포기하고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지만 중년이 되어 좀 먹고 살 만하니 가정에도 생각지 못한 위기가 닥친다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은 직장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삶의 건조함에 빠지고, 아내는 아내대로 외로움을 느낀다. 남편들은 그래도 늦게까지 술자리도 갖고 주말이면 등산이다, 낚시다 다니기도 하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아내는 과부 신세가 따로 없단다.
‘애들은 머리가 컸다고 제멋대로이고 아무도 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나는 늘 희생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 보니 헛 산 것 같아. 삶이 허무하고 인생이 회의스럽다.’ 그러다가 옆집 순이 엄마가 인터넷에서 어떤 남자 친구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 ‘나도 그런 인터넷 친구나 한번 사귀어 볼까?’ 하는 유혹도 생긴단다. 혹은 앞집 철수 엄마가 볼륨댄스(Ballroom Dance)가 몸에 좋다고 하면 ‘나도 댄스나 한번 배워볼까?’ 하는 마음도 생긴단다.
사실 모든 인간의 발달 단계마다 위기란 것이 찾아온다.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대로, 사춘기는 사춘기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각의 성장과정의 위기가 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인생이 퇴락할 수도 있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성장 발판이 되기도 한다. 중년의 위기란 것은 뒤집어 말하면 중년의 기회이기도 하다.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기회가 될지 그것은 나의 가치관과 선택에 따른 것이다.
위기가 찾아온다면 기도 중에 예수님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복음에서 사람들의 불신앙과 박해의 위기에 봉착한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신이라 불렀다”라는 구약의 말씀을 재천명하신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곧 하느님의 영이 사람 안에 깃들어 있고 사람의 영 안에 하느님이 살아 계신다는 말씀이 아닌가? 예수님의 가르침은 단순하다. 참 하느님이 누구시라는 것, 참 인간이 누구라는 것 그리고 하느님과의 인간의 관계가 어떤 것이고 참 인간들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신다. 예수님을 믿고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사는 사람들은 이미 하느님을 향한 끝없는 성장으로 초대되고 있다. 말씀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맞는 인생의 위기는 오히려 하느님을 향해 가는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한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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