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간 화요일 2007-03-20
요한 5.1-3, 4-16
유다인들의 축제 때가 되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예루살렘의 ‘양 문’ 곁에는 히브리 말로 벳자타라고 불리는 못이 있었다. 그 못에는 주랑이 다섯 채 딸렸는데, 그 안에는 눈먼 이, 다리 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같은 병자들이 많이 누워 있었다. 거기에는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가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이미 오래 그렇게 지낸다는 것을 아시고는,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그에게 물으셨다. 그 병자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갔다. 그날은 안식일이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이 병이 나은 그 사람에게, “오늘은 안식일이오. 들것을 들고 다니는 것은 합당하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그가 “나를 건강하게 해주신 그분께서 나에게,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 하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들이 물었다. “당신에게 ‘그것을 들고 걸어가라’ 한 사람이 누구요?” 그러나 병이 나은 이는 그분이 누구이신지 알지 못하였다. 그곳에 군중이 몰려 있어 예수님께서 몰래 자리를 뜨셨기 때문이다. 그뒤에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성전에서 만나시자 그에게 이르셨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그 사람은 물러가서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신 분은 예수님이시라고 유다인들에게 알렸다. 그리하여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그러한 일을 하셨다고 하여, 그분을 박해하기 시작하였다.
어제 복음 말씀 가운데 2독서에서 아브라함이 희망없어도 희망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믿었다 (로마 4,18)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그 말씀이 어제도 오늘도 제 마음을 사로잡아서 저는 그 말씀을 묵상하면서 지냈습니다. 아브라함도 요셉성인도 희망 없는데서 희망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순명하신 분들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믿음을 지닌 사람만이 희망 없는데서 희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만을 믿고 자신에게만 의지한다면 나약한 육신이 무너질 때 희망도 끝이 나고 말 것입니다.
방금 들은 요한복음에서 우리는 희망 없는데서 희망하는 또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3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거적대기같은 침상에 누워 낫기를 간절히 바라던 병자가 있었지만 누구도 그를 먼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38년 동안 그 못가에서 낫기를 희망하는 병자는 희망 없는데서 희망하는 사람입니다. 이 병자는 날마다 벳자타라는 치유의 못에 제일 먼저 들어가서 낫기를 희망하며 못을 향해 병든 몸을 움직였습니다. 물론 다른 병자가 그 못에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낫지 못하였습니다. 그 세월이 38년이었습니다. 이제는 포기할 만도 한데 그 병자는 38년 동안이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병자에게 “건강해지고 싶으냐?”라고 물으십니다. 희망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 병자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치유의 은총을 받고 새 삶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도 은총의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이 병자와 같은 희망을 지니면 좋겠습니다. 세상일이든 영적 생활이든 날마다 무언가 노력을 해도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날마다 주님 안에서 우리 자신을 쇄신하기를 희망하면서 주님의 은총을 기다려야 합니다. 38년간 병자는 낫지 못하였지만 매일 몸을 움직여 못으로 내려가는 수고를 하였습니다. 이 병자는 희망 없는데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에 그런 수고를 하였고 주님을 만나 자신의 희망을 이루었음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주님의 집 오른쪽 밑에서”즉,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내리는 생명의 물이 사해바다로 흘러들어서 바다를 되살린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두고서 “주님의 집(성전)”이라 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주님 오른쪽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쏟아졌습니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나와서 죽은 바다를 살리는 생명의 물은 바로 주님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물과 피를 말해줍니다. 생명의 물이신 주님 안에서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는 사람이 되어 회개와 쇄신의 삶을 향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