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사람이 없습니다ㅣ이회진 신부님 /2007.03.20

2007. 3. 21. 오전 9:11:19

글자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면 언제나 마음이 무겁고 슬픕니다.

“나에게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를 저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고 하소연하는 그의 모습이

결코 2000년 전 베짜타 못가의 어느 병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해 이 일을 해 줄 사람이 없고,

나를 찾아와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게끔 하는 사람이 없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이해해주려 애쓰는 이가 없고,

나는 외롭지 않다고 믿게 해 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병자들이

여전히 우리가 돌아보지 않는 연못가에서 누워있습니다.


38년간 누군가 자신의 지치고 아픈 마음을 치료해 줄 사람을 기다린 그를

안아 일으켜줄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그의 말은 외로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때때로 이러한 체험들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하느님이 과연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합니다.

이런 외로움과 슬픔을 그냥 인간사의 일부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고,

예수님도 게세마니 동산에서 홀로 기도하였고,

십자가 고통의 길을 홀로 걸어야 했던 것처럼

우리 신앙인들도 겪어내야 하는 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하고 울부짖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렇게 울부짖고 외로움에 떠는 우리 병자들에게 예수님은 엉뚱하게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네 들 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아픈 곳을 싸매주고 치유해 주며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혼자 일어나라고 하십니다.

그것도 자신이 38년 동안 누워있던 들 것마저 들고 일어나라 하십니다.


베짜타 못가의 병자를 치유하는 이야기는

기적적인 치유를 넘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게 합니다.


38년 동안 베짜타 못가의 병자(우리도 마찬가지)는

기회를 잡아 저 연못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직 그것만을 기다립니다.

그의 삶의 힘은 스스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삶을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을 온통 감싸고 있는 삶의 이유는 기회를 잡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기회를 잡아 건강해 지는 것입니다.



누군가 다가와 건강해 지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도,

그가 걱정하는 것은 “어떻게 기회를 잡을까?” 하는 걱정이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느 사람, 그가 누구인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의 삶에는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이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떠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삶의 힘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우리 삶의 힘이 “당신”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당신과 함께 할 때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그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또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여전히 “내게는 아무도 없습니다.”며

외로움에 슬퍼하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일어날 힘으로 주는 분은 예수님입니다.


그러면 오늘날 그들 곁에 다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가 바로 예수님이고 그리스도인이겠죠.

그렇다면 우리 삶의 힘을 다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예수님을 모시고 가는 사람”입니다.


베짜타 못가의 병자가 자신을 건강하게 해 준 분이 예수님이라고 증언하듯

여러분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해 주는 분도 역시 예수님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예수님을 모시고 가는 사람”이 되어

삶의 힘이, 삶의 희망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사랑으로 함께 있는 것이 어떻게 삶의 의미가 되며

삶의 힘과 희망이 되는 지를 보여주셨고, 지금도 보여주고 계십니다.


오늘 그 희망의 말씀과 은총의 말씀을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주님, 당신입니다. 당신이 저의 단 하나의 삶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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