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연중 제32주일 2006.11.12.하느님과 공동체를 위한 카리스마 - 김학수 신부님

2006. 11. 16. 오전 9:52:20

글자

우리는 삶 안에서 많은 직책과 그에 맞는 책임을 받게 됩니다. 가정 안에서, 사회적 지위에 따라서 그리고 신앙 공동체 안에서 나름대로 직책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선행이나 봉사는 직책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행을 실천할 때,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그 공을 하느님께로 돌려야 합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남모르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자녀로서 예수님의 말씀-자선을 베풀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마태 6,3),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서(마태 6,6)-에 따라 선행을 남 모르게 실천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로부터는 존경을 받던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는 신랄한 비판을 받습니다. 그들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높은 자리를 즐기고, 과부의 가산을 등쳐먹고, 보이려고 기도(마르12,38-40)한 것은 하느님보다 자신을 자랑하는 지도자였고, 겸손의 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지적은 오늘날의 종교 지도자들, 특히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교회의 봉사자들 그리고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경고 메시지인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 내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자신의 카리스마는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인데, 칭찬받고,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공로(功勞)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게 됩니다.
이러한 의식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쓴 말씀을 듣고 자신을 비워서 겸손한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의 헌금-렙톤 두 닢-을 보시고 ‘저들 보다 많이 넣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렙톤은 당시 화폐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동전으로, 그 가치는 그 당시 하루 임금인 한 데나리온의 1/128로 여겨집니다. 그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의 눈에는 돈의 절대적인 액수보다는 개개인의 상대적인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가난한 과부의 모습은 제1독서에 나오는 엘리야를 만난 사렙타 마을의 과부를 연상시킵니다. 밀가루 한 줌과 기름 몇 방울로 마지막 끼니를 때우고나서 아들과 함께 죽으려고 한 그녀가 그 음식마저 엘리야에게 주었는데, 그것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밀가루와 기름이 마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때 돌아오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축복이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제2독서에서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예수님께서는 생명까지 우리와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위해 바치셨고, 그래서 구원의 완성인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하느님의 영광과 구원사업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컴퓨터가 종종 다운되고 오류가 생기듯이, 삶과 신앙에 열을 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겸손 대신 교만과 신앙의 오류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복음 말씀을 통해서 신앙의 점검을 하고, 새롭게 마음과 삶을 정비하면서 잘된 것은 하느님의 영광으로 잘못된 것은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겸손한 삶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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