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8 /램브란트의 1669년 작품 - 이창규 신부님

2007. 3. 18. 오전 8:11:46

글자

램브란트의 1669년 작(作)



사순절! 이 시기는 영적인 길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아버지의 품 안에 있는 따뜻한 햇살을 그리워하게 된다.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떠나있는 자녀들에게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과 화해해 달라는 호소를 전하고 있다. 그 하느님은 모든 수모를 벗기고 자신의 땅에서 나는 소출을 떳떳하게 먹도록 보장해 준다고 말한다. 배를 곯으며 수모를 겪어 본 사람에게는 이 말씀들이 봄의 햇살만큼이나 따뜻하고 온온한 메시지이지만, 한번도 이탈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리 시원한 말씀은 아닌 것 같다.


오늘 복음의 말씀을 한 장의 그림으로 잘 표현해준 작품은, 빛의 아들 렘브란트의 1669년 작(作) ‘돌아온 탕자’이다. 빛을 등진 사내는 누더기에 왼쪽 신발이 벗겨진 채 노인의 품에 안겨 있다. 누더기를 입은 사내를 끌어안은 노인의 넓은 이마와 흰 턱수염이 햇살에 눈부시다. 아버지의 품과 저녁 무렵의 햇살은 따뜻하게 보이지만, 그 햇살 주변의 어둠 가까이에 서있는 형제들과 어둑한 배경 뒤에 서있는 냉정한 얼굴들이 더없이 자극적인 인상을 남긴다.


그림과 복음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자비로운 아버지와 대쪽같은 큰아들과 사고뭉치의 작은 아들이 뒤섞여 있다. 모든 신뢰를 상실한 채 자신에게마저도 낯선 모습으로 살게 된 작은 아들. 아들을 잃고 그리워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조건 없는 사랑이 공평하지 못한 듯이 씁쓸해 보이는 큰아들. 복음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나를 닮아 보인다. 그러나 나는 어떤 모습을 닮은 것일까?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 속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얼굴을 찾게 된다. 나는 아버지다운 품을 지녔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고도 나에게로 찾아 왔을까? 그렇다면 나는 아버지일텐데…. 아니면 사람들은 큰아들같은 나에게서 눈치를 살피며 지나치거나 혹 어쩌다 마주쳐 내게 변명하기 시작했을까? 더 잃어버릴 것이 없는 처지가 되어 방황한 작은 아들의 모습이었을까? 이도저도 아닌 이웃사람이 되어 기괴한 부자간의 상봉을 구경이나 하듯이 언제나 늘 저만치에 서있는 사람이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너와 나의 모습은 여러 개의 얼굴로 비춰질 것이다.


사순 시기는 영적으로 저마다의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시기이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먼 곳으로부터 되돌아 설 때 그때부터 따뜻한 햇살은 우리를 비추기 시작하고 너무나 안온한 아버지의 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막 꽃이 피려고 하는 이 봄날에 비록 여러 모습을 하고 먼 곳으로부터 되돌아오고 있지만, 저 따뜻한 저녁 빛이 내리는 뜰에서 아버지나 부모로서 또는 자녀로서 다시 만나자. 이것이 삶이고 또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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