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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는 저에게 두 가지 유언을 남겨주셨습니다. 하나는 제가 수도원에 사는 것을 아쉬워하시면서 돌아가시면서도 “이제 그만하고 (수도원을) 나오지.” 하며 보통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당부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님이 직접 남기신 말씀은 아니지만 제가 어머님의 유언처럼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다음 어머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저는 두 가지 물건을 챙겼습니다. 하나는 어머님이 저를 키우시던 작은 됫박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머님이 감리교회에 다니실 때 쓰시던 개신교 성경이었습니다.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가 어느 날 방 정리를 하다 이리저리 들쳐 보게 되었는데, 성경책 안에서 쪽지 하나가 ‘툭’하고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하나님, 저의 세 아들을 건강하게 지켜주소서.” 오늘 제 1 독서에서 호세아 예언서는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비처럼,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1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 맘을 촉촉이 적시며 어머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항상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늘 호세아 예언서가 하느님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계기가 있을 때마다 지난 사랑을 기억하며 어머님의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도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생활에 지치고 먹고 살기 바빠서, 혹은 자기 일에 빠지다보면 우리는 자주 하느님을 잊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고 살게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에게 늘 봄비처럼 마음 안에 녹아 주기 위해 오십니다. 매일의 미사 때 함께 하시며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매일의 미사 때 성체로 당신을 쪼개어서 우리 마음 안에 들어오십니다. 그 성체가 하느님의 사랑인 줄, 때로 우리가 모르고 무덤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것이 봄비처럼 우리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을 느끼고 알게 될 때, 우리는 그분이 “하느님이심”을, “사랑이었음”을 기억하게 됩니다. 신앙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런 사랑의 기억, 존재의 기억이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값진 선물과 현란한 칭찬으로 사랑한다고 호들갑떨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깊이 기억에 남고 마음에 남는 사랑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지켜주신다고 신앙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우리가 그렇게 가족과 친지와 다른 이들 옆에 함께 서 준다면 그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봄비처럼 자신을 적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의 사랑”을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그 은총의 봄비를 기억하며 또한 나눌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합니다. 아멘. |
2007.03.17 /그분께서는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시리라 - 이회진 신부님
2007. 3. 18. 오전 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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