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3주간 수 마태오 5, 17-19- 신호위반 - 이찬홍 신부님

2007. 3. 15. 오전 11:33:49

글자
다해 사순 3주간 수 마태오 5, 17-19- 신호위반
 

요즘 제주도내 여기저기에 도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편도 일 차선이었던 일주도로가 거의 모든 구간이 2차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좁았던 도로가 넓어지니 운전하기가 참 편합니다.
주행도로, 앞지르기 도로가 구분이 되어 막히는 현상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도로가 확장되어 많은 편리를 주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신호등이 교차로마다 세워진 것입니다.
도로가 좋아 신나가 속도를 내다가도, 빨간 불에서 멈춰서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 아쉬움은 어느덧 ‘뭐 이리 신호등이 많아!’ 라는 짜증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서귀포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이 얼마나 많던지... 신호에 걸릴 때마다 멈춰서야 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교통 법규 준수와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파란불 일 때만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빨간불일 때도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교차로에도 신호등이 있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차들이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고, 파란불, 빨간불 상관없이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땠을 것 같습니까?
처음에는 정말 잘 지켰습니다.
‘아니, 저 사람이 빨간불인데, 지나가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참 나쁜 사람이네...’ 라며 비난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난과 질책을 10분도 지나지 않아 바뀌었습니다.
‘참 좋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신호 위반에 동참했습니다.
양심의 꺼리김과 사제로서 부끄러움이 있었지만, 이런 감정보다 매 신호등마다 멈춰서야 하는 불편함에 대한 짜증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또한, 짜증과 함께 도시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시골이라서 위반 할 수 있다는.. 조금은 짜릿하고 위험한 희열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호위반의 끝은 어디일까요?
네... 대형사고입니다.
멈춰서야하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려는 그릇된 생각과 행동이 교통 법규를 잘 준수하는 사람에게 불이익과 위험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한 불이익과 위험은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요, 잘못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교통 법규를 잘 지켜야 하는 이유는, 자신도 살고 상대방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교통 법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편리와 이로움을 주기 위해 생겨난 것입니다.
공동선을 추구하고, 실현하는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위험한 운전은 사회 공동선에 위배되는 행동이요, 자기 혼자만 편리하면 된다는 독단과 독선 가득한 모습입니다.
결국, 저도 죽고 남까지도 해치는 커다란 범죄를 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제로서 올바르지 못한 양심과 정신으로 생활한 것을 반성합니다.
이러한 제 잘못을 여러분들께 고백하며 너그러운 용서를 청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교통 법규 정말 충실하게 잘 지키겠습니다.

복음에 율법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려 왔다.”

그렇습니다.
율법과 예언서는 무엇입니까?
바로, 하느님에 대해 알려주는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살아가며 지켜야할 규범, 질서를 잘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진정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게끔 해주는 가르침이 율법과 예언서인 것입니다.

물론, ‘여기는 신호등이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왜 설치했지?’ 라며 신호등이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율법과 예언서가 사람들을 속박하고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소위 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은 율법과 예언서의 가르침을 빙자하여 자신들도 지키지 못하는 규범, 규칙들을 사람들에게 지키라고 강요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극히 일부요, 또한 율법과 예언서의 잘못이 아니라,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잘못입니다.
교통위반을 하듯이, 자신들의 편리 만족만을 위해 그렇게 이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율법과 예언서는 하느님에 대해 알려줍니다.
하느님 앞에서 사람이 지녀야할 자세와 태도에 대해 알려줍니다.
신앙인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길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안에서 공동선을 이루게 하고, 자신과 남을 위하고, 참된 기쁨과 행복을 알려줍니다.

이러한 율법이기에, 폐지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율법이기에,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지켜야하는 것이고, 또 지키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호 위반이 대형사고로 이루어질 수 있듯이, 오늘 주님께서 율법과 예언서의 가르침을 어기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서 가장 작은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친히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이라고 불리더라도, 하느님 나라에서는 큰 사람이라고 불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저는 그러지 못하고, 여전히 작은 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ㅠㅠ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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