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31주간 목 요한 2, 13-22- 신자 분들의 마음과 기도가 담긴 성전

2006. 11. 16. 오전 9: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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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연중 31주간 목 요한 2, 13-22- 신자 분들의 마음과 기도가 담긴 성전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성전은 로마 주교좌 중의 하나입니다.
모든 교회가 베드로 사도좌의 존경과 일치의 표지로 오늘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크고 웅장한 성당뿐 아니라, 아담하고 예쁘게 지어진 성당들이 많습니다.
제주도에 휴가 온 동기들과 관광을 다니며 성당을 들릴 때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한림 성당이 참 예쁘게 잘 지어졌다고 합니다.
성당 건물과 조경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현대식 성당뿐만 아니라, 낡고 오랜 된 성당역시 고풍스러운 멋과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찾은 이들로 하여금 왠지 모를 거룩함을 느끼게 합니다.
오래된 성당이 그 자체로 거룩함을 풍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그리고 현대식 성당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지으려는 이유도... 성당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하느님이 거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모시는 성전이기 때문에 그 어떤 건물보다 더 거룩하고 아름답게 지으려는 것입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시어 성전에 즐비한 짐승들과 환전상을 쫒아내시며 말씀하십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며 과연 성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먼저, 성전이 거룩한 이유는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거룩하신 분이시기에 당신의 현존하시는 성전을 거룩하게 만드십니다.
그 하느님의 거룩함으로 인해 모든 성전은 거룩한 곳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에 예수님께서 성전을 당신의 몸에 비유하며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성전이 예수님의 몸이요, 하느님이 계시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여느 건물들에는 없는 거룩함이 있는 것이요, 분명한 구별이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신 자분들의 성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오래 동안 드린 기도가 한데 어우러져 거룩한 성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현대식 건물도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하느님의 현존하시기에 흠도 티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현대식 성당이 아무리 아름답다하더라도, 오래된 성당이 가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성전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던 신 자분들의 마음과 오랜 시간동안 성전 안에서 드렸던 ‘기도’ 라는 전통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동성당이나, 원주교구의 풍수원, 용소막 성당에 가면 성전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경외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경외감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감만이 아니라,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신자 분들과 함께 하며 그분들의 기쁨과 슬픔, 눈물과 한숨 등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일 것입니다.

비록 건물이 많이 낡아 비가 좀 샌다 하더라도.. 군데군데 보수 공사한 흔적이 보여 좀 볼품이 없고 지저분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그런 모든 것들이 성전을 거룩하고 특별한 장소로 만드는 한 요소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전뿐만 아니라, 당신께서 창조하신 모든 만물 안에 현존하십니다.
때문에, 하느님의 거룩함은 성전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에 널리 내재해 계십니다.
이는 ‘만물이 신이다.’는 범신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의 속성이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성전을 더욱 거룩한 장소로 만드는 것은 하느님의 거룩함에 신자 분들의 기도와 성전을 거룩하게 여겨 소중히 아끼는 그 마음과 정성이 담겨져 더욱 거룩한 곳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식 성당이 오래된 성당에 비해 ‘거룩함이 없다. 옛 성당이 더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제주도 내에도 시골에 오래된 성당들이 하나둘 사라져 버리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삶의 형태가 바뀌고, 여기저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살아가는 공간이 달라지는 오늘날입니다.
그에 따라 신설본당이 생기고, 하느님을 모실 성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라테라노 대 성전 봉헌 축일을 기념하는 오늘, 하느님께서는 어느 것이 더 마음에 들어 하실지.. 옛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하느님과 우리에게 모두 다 유익한지... 무엇이 성전을 거룩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지... 신자 분들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 있는 오래된 성전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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