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 6 주간 토요일./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 - 조성호 신부님

2007. 2. 18. 오전 11:05:32

글자

다해 연중 제 6 주간 토요일.

2007. 2. 17.

토평동.

히브 11, 1-7.

마르 9, 2-13.

예수께서는 무지한 제자들이라 할지라도 당신 구원사업의 동업자인 제자들을 육성해야할 사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을 때론 꾸짖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기도 하시고, 따로 당신의 가르침을 풀이해 주시기도 합니다.

오늘은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을 “따로 데리시고 높은 산에 오르십니다.”(마르 9, 2) 그리고 “그들 앞에서”(2절)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변하십니다.(3절)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꿈같은 이야기이고, 꿈같은 장면입니다. 예수께서 세 명을 따로 데리고 가시는 것은 그들만의 은밀한 체험입니다. 특별대우를 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예수님의 선택에 관한 부분이겠지만, 그들은 공동체를 벗어나 특별한 체험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체험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 체험은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체험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 혼자만 지니고 살아가기에는 그 은총이 너무나 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께서는 본 것을 알리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무 이유 없이 알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수난하시고 죽은 후 그들 가운데 부활하실 때까지 함구령을 내린 것입니다. 이것은 그 신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에게 알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처럼 우리의 개인적 체험도 중요하지만, 가려야 합니다. 알려야 하지만, 이래저래 자신을 알리기 위해 떠들거나 아무에게나 알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사실 내가 체험한 것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아도 사람들은 압니다. 그의 입을 통해서보다 더 강한 느낌으로 그의 삶을 보면서 압니다. 만약 무엇인가 강하게 주님을 체험했다고 하는 사람의 삶이 긍정적이고 주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환상을 본 것이고, 망상의 인간이 됩니다.

왜 하늘에서 “그의 말을 들으라”(7절)는 음성이 들려 왔겠습니까?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의 삶은 다른 이들과 다릅니다. 주님을 깊이 체험한 이의 삶은 그의 말을 듣는 삶이고, 그 삶은 굳이 떠들지 않아도 드러납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체험한 그 장소에서 그 장면 속에 살고 싶어했습니다. 어디 그게 베드로만의 생각이겠습니까? 그토록 보고 싶던 이를 만났는데, 그토록 보고 싶던 장면이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어느 누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고 싶겠습니까?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르 9, 5)

이 말은 “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뜻입니다. 너무 좋으니 여기 있는 것이 좋고, 주님 당신과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던 엘리야 모세와 함께 여기에 있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이미 우리에게 약속이 되어 있고 주님의 얼굴을 맞대고 볼 때 이루어질 현재입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소위 S대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았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죠. 어느 보험사가 와서 보험을 들면 몇 년 후에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고 할 때 우리가 해야 할 것인 열심히 일해서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것입니다. 지금 주님의 놀라운 변모의 모습을 보았다면, 그 세상이 그토록 갈망했던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라면, 예고편에 안주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그의 말을 듣는 삶이죠. 내 뜻대로 해서는 그 아름다운 장면의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주님을 체험하고 싶습니까? 그러면 주님 곁을 떠나지 마십시오. 도무지 잘 깨닫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주님 곁을 떠나면 안 됩니다. 그러면 그분께서 나에게 어떤 체험을 주실 것입니다. 그때 나는 그것을 간직하며 입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그의 말을 듣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던 예수께서 바로 내 앞에 당신의 나라를 주실 것입니다. 아멘.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2007년 설날2007. 2. 18 /꿈의 의미 - 하성호 신부님07.02.18조회 31연중 제7주일 강론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한 준비 - 김윤복 신부님07.02.18조회 31다해 연중 제 6 주간 토요일./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 - 조성호 신부님07.02.18조회 31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2007.02.18[1]07.02.18조회 342007.02.18 /이왕이면 내가 먼저 - 도정호 신부님07.02.18조회 31원수 사랑 - 홍금표 신부님 /2007.02.1807.02.18조회 302007.02.18 /세 개의 고향을 가진 행복한 신앙인 - 이기양 신부님07.02.18조회 30성숙한 신앙인의 준비 /2007.02.1807.02.18조회 302007.02.18 /새로움을 덧입히자 - 전병이 신부님07.02.18조회 30가장 행복한 체험과 가장 슬픈 체험 - 김영태 신부님 /2007.02.1807.02.18조회 30연중 제7주일, 설 2007.2.18./참된 그리스도인 - 이정호 신부님07.02.18조회 302007년 2월 18일 설 미사(다해)/예쁘고 행복한 삶07.02.18조회 30연중 제7주일 2007-2-18/높으신 분의 자녀 - 김현조 신부님07.02.18조회 30[강론] 지금 이 자리[박동호신부님] 2007.02.1807.02.18조회 302007.02.18 /[강론] 설날[강영구신부님]07.02.18조회 30[묵상]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정세라피나수녀님] 2007.02.1807.02.18조회 302007.02.18 /[묵상] 설마 했던 아이들이ㅣ양승국 신부님07.02.18조회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