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거짓말 헙써! - 이찬홍 신부님

2006. 11. 6. 오전 9:44:45

글자

나해 연중 30주간 금 루카 14, 1-6- 그냥 거짓말 헙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안식일 규정은 절대적으로 지켜야할 규칙입니다.
안식일에는 그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되고, 걷는 것도 4km 이상 걸어서도 안 되었습니다. 일하는 것은 가축을 돌보고, 농사는 짓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고쳐주고 도와주는 것까지 해당됩니다.

지난 월요일 복음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병을 고쳐주자 회장당이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여새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라며 예수님을 만나려는 사람들에게 말한 것도 안식일 규정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는 이런 안식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수종병에 걸린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느냐?”

왜, 예수님께서 당시 중요한 율법 규정의 하나인 안식일 규정에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말씀과 행동을 하시는 것일까요?
안식일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일까요?아마도 안식일의 참된 의미를...‘~하지 마라.’ 라는 계명의 2차적인 의미보다, 안식일이 하느님께 경배를 드리는 날임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안식일 규정에 위배된다 하더라도, 안식일에 치유행위를 해주는 것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줄 뿐만 아니라, 바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영광을 드리는 행위임을...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더 헤아리는 행동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율법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십계명이 있습니다.
안식일에 일을 하지 말아야 하듯이, 우리에게도 해서는 안 될... 행하면 고해성사를 보아야 하는 계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달에 한두 번 정도, 저에게 고해성사를 보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의 잘못을 오직 하나, 거짓말입니다.
실제 많은 잘못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또한 대죄라 할 수 있는 잘못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살아가는 오늘날에 거짓말이 무슨 큰 죄라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할머니에게 있어 하느님께 죄송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들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여기저기 빚이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내와 이혼을 했는데, 이혼한 아내에게도 어느 정도 채무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빚을 진 아들은 사람들을 피해 숨어서 살아가는데, 문제는 할머니에게 아들을 찾아 자주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전 며느리에게도 전화가 와서는 아들 전화오지 않았었냐고...아들 전화번호 알지 않냐고... 가르쳐 달라는 요구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매번 ‘아들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 전화 번호 모른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네, 앞으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십시오.’ 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저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실대로 아들에게 전화가 온다.. 전화 번호 알고 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 버리면 좋겠는데.. 그러면 더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큰 문제만 생길 것 같아, 그냥 나 혼자만 죄를 지으면 되지...라는 마음에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 같아 너무 괴롭습니다.’

문득, 고해 실에서 거짓말을 하고 괴로워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진정, 하느님 말씀대로.. 교회의 가르침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매일 기도와 미사 참례를 하며 살고 싶은데,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할머니의 그 괴로운 심정이 그대로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할머니, 사람들에게 전화오믄, “나 정말 아들 죽어신지 살아신지 모르난, 겅허난 앞으로 나안티 전화허지 맙써! 라고 따금허게 호통을 칩써!” 겅허곡 하느님안티, 이렇게 말씀허십써, “하느님, 하느님은 거짓말허지 말랜 해신디, 난 이추룩 거짓말만 햄수다. 앞으로도 계속 해사쿠다. 거짓말 했댄, 하느님께 벌을 받은데 고라도 해사쿠다. 나 하나 괴롭고 힘들엉 말주, 나 편허젠... 나 거짓말 허지 않허젠, 아들 어디에 있댄... 아들 전화 번호 뭐랜, 골지 못허쿠다.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 했댄, 고해성사 보는 일이 반복되더라도, 지금 이추룩 살쿠다. 거짓말 허는 것이 내 십자가우다.” 라는 말씀을 드립써!’ 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분명, 거짓말을 잘못입니다.
솔직함이 가장 강력한 무기요, 하느님 나라에 가는 또 하나의 날개이기에 우리는 거짓말이 아니라, 솔직함을 선택해야 합니다.
때문에, 거짓말을 하라고 말하는 저는 더 나쁜 놈입니다.

그러나, 아들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할머니의 경우는... 그 거짓말 때문에 괴로워하는 할머니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할머니에게 ‘할머니 왜, 그렇게 자주 거짓말을 하십니까? 거짓말로 고해성사 본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시 거짓말을 하십니까?’ 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 어떤 이유에서도 거짓말하지 마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문득, 할머니와 같은 잘못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저도 그렇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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