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하다가 죽은 男, 사랑하다가 죽을 人

2006. 11. 6. 오전 9: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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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하다가 죽은 男, 사랑하다가 죽을 人

요즘은 왠지 그동안 들려오지 않았던 소리들이 잘 들려옵니다.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주변의 소리가 마음으로부터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주는 특별한 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마음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들이 무뎌있던 제 온 몸에 길을 내고 길들이는 동안은 열병이 나는듯합니다. 일생에 있어 그래도 도움이 될만한 내면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할까요. 그 이유는 꼭 스스로 걸고넘어지는 단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가 ‘사랑’이라는 단어입니다.  많이 배우고 아는 만큼 실천이 꾸준히 이행되지 않는 부분이 많음을 알기에, 사랑의 계명에 대한 말씀을 접하면 부끄러워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사들은 모든 계명 중에서 가장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인지를 예수님께 묻습니다. 무려 613개나 되는 각기 다른 율법조항들을 철저히 지키면서 똑똑하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들이 첫째가는 계명이 무엇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그 많은 계명 중에 과연 예수님은 어떤 계명이 으뜸이라고 말하실지 궁금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 율사들에게 모든 계명 중에 가장 첫째가는 계명은 ‘사랑’이며, 그네들이 그토록 철저하게 지키는 계명의 근본정신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계명이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던져 주십니다.
즉, 신명기 6장의 말씀을 들어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 즉 사랑의 이중계명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네 하느님이신 주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예수님은 일생동안 깊은 연민의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을 몸으로 사시면서 엄청난 희생까지도 감수하신 분입니다. 그분에게는 누가 이웃인지 따질 것도 없었습니다. 또 율법의 근본을 사신 분이기에 율법에 매이지도 않았던 분이셨습니다. 인간들로부터 그 사랑에 대한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하시고 죽으신 그분의 삶 전체를 탈탈 털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사랑만하다가 죽은 남자’입니다.
그런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서 신앙을 고백하는 자로서 그분이 남기신 말씀을 잘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실천하려는 몸과 마음은 말과 생각만큼 그리 유연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사랑은 동사’라는 오래전의 플래카드 글귀처럼, 사랑은 움직여져야 숨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야말로 ‘사랑만하다가 죽은’분이시기에 그분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주신 사랑의 계명을 살면서 ‘사랑하다 죽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이 무디고 몸이 굳어있다면,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그리고 움직이십시오. 그렇게 내 내면의 소리가 내 몸에 길을 내고 길들이는 동안의 열병은 그분께서 손수 손을 얹어 주실 것입니다. 

생활성서사(까리따스 수녀회) | 황수연(엡바)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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