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중 제31주일 2006.11.5. 진정한 번제물 - 김상혁 신부님

2006. 11. 6. 오전 9:41:29

글자
김상혁 노르베르토 신│ 동명동 성당 보좌 
 
 
진정한 번제물
 
 
미사 중에 가졌던 그 마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대한다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번제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가 "올라가는 제물"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생각을 적절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번제물을 바칠 때 잡은 동물을 제단에서 태우면 향기로운 냄새, 즉 평온하게 하는 향기가 하늘을 향해 하느님께로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번제물의 두드러진 특징은 동물의 피를 제단 주위에 뿌린 후에 그 동물 전체를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이러한 번제물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번제물을 바치는 히브리인들의 태도에 대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제물만 바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바치는 순간뿐이지, 그 시간이 지나면 바쳤던 제물에 등 돌리고 다시 이전과 같은 죄에 물든 삶을 살아 갔습니다.
 
우리의 모습도 그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최고의 희생 제사를 매일의 삶 속에서 바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그 매일의 미사 속에서 기도하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하느님께 자비를 청합니다. 미사를 드리는 그 순간 만큼은 고해성사를 통해 깨끗해진 영혼과 함께 경건하고 진지하고 거룩한 자세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번제물을 드렸던 히브리인들처럼 미사가 끝나고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 그 마음은 금새 사라지고 다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며 기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 말씀에서처럼 자신의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미사를 드리고 성당 문을 나선 후에도 미사 중에 가졌던 그 마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대한다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이고, 언젠가는 그 나라에서 진정 영원한 기쁨을 누리며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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