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 수/예수님의 변함없는 열정과 섬김 - 이중섭 신부님

2007. 1. 11. 오전 1:12:28

글자

2007.1.10. 수

 

마르코 복음 1장 29-39절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예수님의 변함없는 열정과 섬김     이중섭 신부
오늘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의 일과가 무척 바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회당에서 가르치신 다음, 베드로의 장모를 고쳐주시고, 병자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을 고쳐주셨습니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고
이어서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저는 강론을 준비하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초지일관 섬기고 노력하시는 예수님의 삶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공생활 시초부터 십자가에 못 박힐 때까지 보여주신 그 변함없는 열정과 섬김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사제들이 자주 듣는 말은 이런 말입니다.
‘신학생 때는 안 그랬는데, 신부가 되니까 많이 변했다.’
사실 사제생활을 한 해 두 해 하다 보니 신학생 때 가졌던 겸손과 봉사의
마음은 사라지고, 교만과 아집으로 뭉쳐진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제생활을 하면 할수록 신자들에게 군림하며 가당찮은 권위를 내세우게 되고,
자신의 주장을 감히 하느님의 뜻인 듯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사제들이 초심을 잃지 않도록, 그리고 하느님을 끝까지 섬기시는 예수님을
본받도록 기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지난 12일 타계하신 대전 목원대 전 사회과학대학장 정만식 교수님의
제자입니다. 정 교수님이 누구냐고요? 제자들에게는 쓰레기통 뒤지는
학장님으로, 세상에는 2004년께 방송된 한 관절염 치료제 광고 모델로 알려진
분입니다. 광고 속에서 차를 수리하던 한 학생이 일어서면서 ‘아이고 다리야’ 하자
‘다리 아파? 내가 고쳐줄까?’ 하며 스패너를 들고 웃던 예순이 넘은 직업학교 학생.
그분이 제 스승이십니다. 2002년 스승께선 퇴직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이제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무거운 짐을 벗으니 홀가분하다”며 맑게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남미 개발도상국에서 여생을 봉사하겠다며 손때 묻은
스페인어 사전과 책을 보여주셨죠. 1년여 뒤 찾아간 제자들에게 그가 악수하자며
내민 손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기술 하나 정도는 익혀야 그곳
주민들이 좋아하겠지? 자동차 기술을 배우고 있어.” 교단에 계실 때도 남을 위한
삶을 살았던 분이셨기에 ‘이제 그만 쉬시라’며 말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짐했습니다. 스승님이 떠나실 때 정성을 모아드리기로 …. 그분 별명이 왜
‘쓰레기통 뒤지는 학장’인지 궁금하시죠? 1992년 봄쯤일 겁니다. 학장으로 재직하던
그분의 연구실 앞에 빨래가 가득 널려 있었습니다. 낡은 옷들은 한 달에 1~2번 꼴로
빨랫줄에 널렸고 학교에는 ‘정 학장이 버린 옷을 주워 입는다, 돌았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가 산책길에 버려진 옷가지들을 모은 뒤 수선해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고, 그들이 버려진 옷을 준다며 거부감을 가질까봐 직접 입어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에 대한 비난이 더는 새로운 얘깃거리가 안 돼 잠잠해질 즈음이었습니다. 그 뒤 교수들과
제자들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그의 이웃사랑에 동참했고 자랑스런
학교의 전설로 남았습니다. 자동차 기술 자격증을 5개 따낸 뒤 남미로 갈 때가 된 것 같다고
좋아하던 그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김종천 | <한겨레신문> 2006년 11월 1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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