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삶을 거의 포기하기로 작정한 제넷은 마지막으로 내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왔다. 도서관 사서인 그녀는 마흔 살의 독신녀로 아주 수수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상담이 시작되고 20분쯤 지났을 때 그녀는 내게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녀와 달리 언니들과 어머니는 상당한 미모였다.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여성의 입장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은 옷은 어울리지 않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는 고무줄로 질끈 묶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눈을 끄는 곳이 있다면 그녀의 맑은 눈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외모가 예쁘지 않은 여자에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더욱 어려운 법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열등감을 느꼈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부끄러워했다. 자기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점점 더 지니게 되었다. 학교에 가자 아이들이 그녀의 외모를 놀리기 시작했다. 십대가 되자 급우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가족들은 잘해 주었지만 사람들에게 그녀의 외모에 대해 변명 비슷한 말을 하곤 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누구하고도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늘 혼자 집에 있거나 도서관에서 일을 했고 그것이 더 편했다.
“사서라는 직업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거든요.”
낮 동안은 일에 매달리고 퇴근 후에는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마흔 번째 생일이 가까워지자 그녀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그녀는 매주 상담을 하기로 했다. 나는 그녀가 혹시라도 자살을 하지 않을까 매우 불안했다. 나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치유를 하는 사람은 환자 자신이다. 의사나 상담가는 다만 조언자일 뿐이다.
그녀는 매주 상담을 하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몸의 일부를 잃은 사람이거나 중병의 환자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제넷처럼 젊은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랐다. 대단히 낯가림이 심한 그녀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부분 누군가 운전을 해 주거나 시장을 봐주거나 하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제넷은 그들 중에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자기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제넷은 윌을 만나게 되었다. 윌이 사귀고 있던 동성연애자는 일 년 전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진단을 받았고 윌 역시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 양성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윌은 그가 죽을 때까지 그를 간호하고 돌보았다. 이제 윌은 에이즈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누군가의 간호와 도움이 필요했다.
처음에 제넷은 윌을 병원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 일을 자원했다. 윌의 부모님이 계셨지만 그들은 다른 주에 살고 있어 캘리포니아에서 윌은 완전히 혼자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넷은 윌을 위해 시장도 봐주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윌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윌의 병세가 악화되자 그의 부모들이 몇 번 다녀갔다. 나는 그들을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아주 연로한 노인들이었다. 처음에 그들은 아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아예 그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 자식의 정조차 뗄 수는 없었다. 그들은 윌이 도움을 필요로 하자 윌을 받아들이고 돌보려고 했다. 제넷도 윌의 부모를 만나보았고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도 윌처럼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윌은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 그의 부모는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오랫동안 캘리포니아에 살아온 윌은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여 생의 마지막을 보내려고 싶었지만 돌보아 줄 보호자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게 상담하러 온 제넷이 이 일을 의논했다. 우리는 앉은 채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몇 마디를 나누다가 다시 침묵이 이어지곤 했다.
드디어 내가 입을 열었다.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요?”
그녀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아요. 선생님. 저는 제 나름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요. 지금까지 늘 그렇게 혼자 살아 왔고요.”
“그래요. 잘 생각하셔서 결정하셔야 하겠지요. 그는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죽어 가는 사람을 돌보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아시지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래요. 그가 죽어가고 있어요. 그러니 더욱 그렇게 해야지요.”
며칠 후에 제넷은 짐을 가지고 윌의 집으로 들어가서 임종 때까지 그를 돌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넷에게 전화를 했더니 외출 중이라는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었다. 나는 제넷이 무척 염려가 되었다. 그녀가 상실의 아픔을 잘 이겨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윌의 죽음이 제넷에게 새로운 삶의 전환이 되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몇 주가 지난 후 상담을 하러온 제넷은 윌의 부모님 댁을 방문했고 윌의 장례식에도 갔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외모뿐만 아니라 태도도 이전과는 달라 보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전에 한 번도 바르지 않던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내가 그것에 대해 찬사를 보내자 그녀는 조금 수줍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내게 윌이 죽기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날 아침 윌은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제넷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틈틈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해서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호스피스와 간호사가 다녀가게 하고 퇴근하자마자 급히 마켓에 들렀다가 윌에게로 달려갔다.
그녀는 현관문을 열면서 침대에 누워 있는 윌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뜻밖에도 윌은 넥타이까지 맨 정장을 하고 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왜소해진 윌은 딴 사람의 양복을 빌려 입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넘기고 면도까지 한 말끔한 모습으로 제넷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독하게 아픈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 놀라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윌은 소파에서 미끄러지듯이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쇼핑봉투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를 일으켜 소파에 앉게 했다. 제넷은 처음으로 윌을 품에 꼭 안았다. 그리고는 그가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를 말해주었다.
나는 침묵 속에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제 마음 안에서 저는 그와 결혼을 했어요. 그는 항상 제 영혼에 머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