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전 수요일> 세례자 요한, 하느님의 아드님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다-이기양 신부님

2007. 1. 3. 오후 10:33:14

글자

<주님 공현 전 수요일>      세례자 요한, 하느님의 아드님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다

 

제1독서 : 1요한 2,29-3,6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습니다.)
독   서 : 요한 1,29-34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제2의 성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님 공현 대축일’이 다가옵니다. ‘성탄(聖誕)’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탄생하신 사건이라면 ‘공현(公顯)’은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서 동방박사의 방문을 통해 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사건입니다.
   사람이 되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서서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목동들과 동방의 세 박사들로 시작하여 성전에 머무르던 의인 시메온과 한나에게 나타내 보이시고, 당신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인류의 구원자라는 사실을 제자들에게 전하실 뿐만 아니라 이민족들에게도 인류의 구원자라는 이 사실이 차츰차츰 전해지게 됩니다. 특히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시기로 예언된 메시아이심을 증언하고, 그분의 길을 준비합니다.
   천주교회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중심으로 공현 전 일주일과 공현 후 일주일을 특히 주목하며 지냅니다. 우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 한 주간 전부터 요한 복음을 중심으로 공현을 준비합니다. 요한 복음서는 시기별로 예수님을 증언한 공관 복음서와는 달리 상징적인 사건을 통한 신학적인 증언에 중심을 둡니다. 그래서 요한 복음서를 ‘생명의 복음서’라고 하고, 혹은 그 특징을 집어서 ‘신창세기’라고 하는 학자도 있지요. 구약의 창세기가 세상의 생명이 움트고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했다면 요한 복음서는 초자연적인 영원한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전해준다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창세기 칠일간의 창조 이야기에 맞추어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이심을 칠일 동안의 과정을 통해 상징화하고 있습니다.

   첫 날, 반대자들에게 메시아가 이미 와 있다고 증언한(요한1.19이하) 세례자 요한은 둘째 날에 그 분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가리켰으며(요한1,29이하), 셋째 날에는 이 사실을 자기 제자들에게 알렸고, 넷째 날에는 예수님과 베드로의 첫 번째 만남이 성사됩니다.(요한1,42) 다섯째 날에는 필립보의 부르심과 나타나엘의 신앙 고백이 있고(요한1,43이하), 여섯째 날은 별일 없이 예수님께서 베타니아에서 카나로 여행하신 날이라고 추측되며, 일곱째 날에 예수님께서는 카나 혼인잔치에서 첫 기적으로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요한2,1절이하) <‘거, 좀 읽어봅시다!’ 98쪽 참고, 백민관 신부 저, 가톨릭신문사>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공현 전 한 주간 동안 말씀을 통하여 듣게 됩니다. 새 창세기 둘째 날에 해당되는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 세례를 준 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가 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에게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1,29)이라고 증언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왜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증언하는 지를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에 대한 호칭은 매우 다양합니다. 주님, 그리스도, 메시아, 사람의 아들, 하느님의 어린양 등등이 있는데 각자가 담고 있는 의미들이 저마다 다릅니다. 특히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호칭한 데에는 깊은 신학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큰 신앙적인 핵심 사건은 출애굽사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노예 살이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모세를 통해서 애굽에서 이끌어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에 정착시키십니다. 노예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왕 파라오에게 내보내줄 것을 요청하지만 아홉 번의 기적에도 불구하고 파라오는 고집을 꺽지 않았지요. 결국 이집트에 있는 모든 맏배를 죽이는 열 번째 재앙을 통해 파라오는 고집을 꺾고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게 됩니다. 물론 이 때 이스라엘 백성들 또한 하느님에 대한 깊은 체험을 하게 되지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이집트 백성의 구별을 위하여 양을 잡아 하느님께 바치고 그 피를 문설주와 문 상인방에 발라서 이스라엘 백성임을 표시하라고 요구하셨습니다. 문 상인방과 문설주에 발라진 피를 본 죽음의 천사들은 그 집 사람들이 하느님의 백성임을 확인하고 지나쳤습니다. 이 사건을 ‘파스카’라고 하는데 그 뜻은 ‘건너뛰다’입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린양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에서 건져지고 해방의 여정을 걷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신약성경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상 죽음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예수님이 구약의 파스카에서처럼 신약의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희생양이 되셨고 십자가 죽음을 통한 예수님의 희생으로 신약의 백성들은 죄에서 해방되고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돌아가신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호칭하는 것입니다. 
   특히 성체를 모시기 직전 우리는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하고 기도합니다. 역시 사제는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높이 치켜들고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하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죽음으로 죄에서 해방된 것을 선포합니다. 이 모든 의미가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표현에 함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은 자기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즉시 고백합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1,29)
   그분이 장차 우리의 죄를 위해서 돌아가실 하느님의 어린양임을 알아보고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모시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우리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셨듯이 우리 역시 남에게 나를 나누어주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나를 하느님과 이웃에 봉헌함으로써 우리는 신앙의 새로운 힘을 얻어 영원한 생명에로 한 발짝 더 가깝게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처럼 줌으로써 영생을 얻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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