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주님 공현 전 수요일./“하느님의 어린 양” - 조성호 신부님

2007. 1. 3. 오후 10:32:00

글자

다해 주님 공현 전 수요일.

2007. 1. 3.

토평동.

1요한 2, 29-3, 6.

요한 1, 29-34.

미사 때마다 외치는 “하느님의 어린 양”. 저는 이렇게 외치며 성체를 들어 올릴 때마다 특별한 은총 속에 잠기곤 합니다. 죄를 짓지 않으려 해도 도무지 죄를 벗어날 길 없는 나약한 인생. 그러나 당신께서는 그렇게 높이 들어 올려져 나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군요. 이렇게 주님을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하며 눈물 겨운 시간입니다.

여기에서의 어린 양은 힘없는 양이 아닙니다.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양입니다. 힘 없는 듯 보이나 그 어느 것보다 강한 힘을 가진 양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세상의 죄를 없앨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의 없앤다는 말은 치워버린다, 그야말로 없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짊어진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짊어진 양은 약한 양이 아닙니다. 나의 죄를 짊어지고 앞서 가시는 분, 그분은 약하지 않고 강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가서기 힘든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 다가설 수 있는 어린 양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린 양이 들어 올려질 때마다 나의 모든 것을 거짓됨이 없이 드려야 합니다. 그분의 어깨에 내 죄를 짊어지게 할 수 없다고 그럴싸한 말로 도망칠지 모르나 그것은 내 삶을 주님께로부터 단절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보십시오. 그리고 드리십시오. 그분만이 나의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분이시고, 나의 모든 죄를 없애주실 유일한 분이십니다.

사제가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외치며 성체를 들어 올릴 때, 나를 들어 올리십시오. 마치 우도처럼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는 마음으로, 들어 올려진 주님을 꼭 붙들고 계십시오. 성찬에 초대받은 것이 왜 복됩니까? 그분께서 나의 죄를 없애시기 때문이고, 그분의 영광에 함께 들어 올려지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복됩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을 나의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이들. 그렇게 고백하는 여러분은 복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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