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 하성호 신부님 /2006.12.26

2006. 12. 27. 오후 4:05:23

글자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행 6,8-10;7,54-59/마태 10,17-22)

한국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하여 감정 이입도 잘 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초상을 당해 애절하게 통곡하면 그 옆을 지나가다가 괜히 마음이 울컥하여 눈시울을 적시곤 합니다. 그러나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 이입이 잘 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사랑을 잘 실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인도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헌신하는 삶을 위대하다고 입이 닳도록 말은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식이 그 길을 가려고 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반대를 한다는 것입니다. 감성으로 느끼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을 하였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묵상집에 이를 잘 표현한 대목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이조차도, 아기가 장차 예수님을 닮기를 원치 않는다. 얻어맞는 아이가 될까봐 양보보다는 쟁취를 가르치고, 박해받는 이들의 편에 설까봐 남을 박해하는 걸 용기라고 말해주고, 옳은 일을 위해 고뇌하게 될까봐 이익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돌진하기를 응원합니다.”
오늘은 스테파노 순교자 축일입니다.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하는데 너무 바쁜 나머지 공동체에 봉사할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사행 6,5) 일곱를 뽑았는데 스테파노는 그 부제들 가운데 한 명이고, 그리스도인 가운데 최초로 순교하신 분이십니다.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란 말은 그 사람의 삶을 인간 아무 아무개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힘이 그를 움직이는 사람을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라야 자신의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힘을 가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스테파노 순교자는 성령을 충만히 받고 있기에 자신의 순교를 목전에 두고서도 큰 소리로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스테파노 순교자는 복음을 전파하고 생명을 선사하심으로 신앙의 증인이 되셨습니다.
아무리 우리 몸이 건강한 조직들을 다 갖추고 있다 해도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힘을 만들어 내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엔 죽고 맙니다.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성령을 받지 못하면 믿음은 힘을 쓰지도 못하고, 믿음이 죽게 됩니다. 감성이 풍부해서 때로는 우리의 감성적인 뜨거움을 성령의 뜨거움이라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 아무아무개가 아니라 신앙이 나를 움직일 때 우린 성령의 힘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체면이 나의 생활을 좌우하고 있다면, 아직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어 있는 신앙 분열증에 걸려있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합니다. 성령께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교회의 가르침에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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