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공동옷방이 있다. 수사님들이나 신부님들이 입다가 안입는 옷을 빨아서 그곳에 놓으면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가져다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는 때가 되면 공동옷방의 옷들도 움직임이 잦다.
나는 우리 공동체 식구들중에서 몸집이 큰편이라 공동옷방을 가도 나에게 맞는 크기의 옷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이지만 옷을 내 스스로가 사야하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께서 사주시는대로 옷을 입었기 때문에 수도회에 입회하기까지 내 몸 치수를 알지 못했다. 왜냐면 옷에 대해서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옷 질감이 무엇이 있고,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옷을 새로 사려할 때 고민이 만만치 않다.
무엇인가를 살 때 수도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크게 두가지가 있는 것같다. 무조건 싼 것이면 좋다. 또한가지는 조금 돈이 들어가도라도 튼튼하고 오래 사용하는 것으로 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내가본 우리나라 수도자들은 전자에 속하는 편이 많은 것같다. 그런데 내가 만났던 외국 신부님들은 거의 대부분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오늘 병원에 다녀오다 신호등 근처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남방을 팔고 계셨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에 남방을 하나 구입하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터라 내눈에 쏙 들어왔다. 가격도 두 개에 만원. 품질이 좋으리라고는 기대하진 않았지만 값이 일단 다른곳의 절반이라서 사기로 했다. 집에와서 풀러보니 재질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몇 년은 충분히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속한 수도회는 특별히 정해진 수도복은 없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수도복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공동옷방에 있는 여러 수도복(!)들이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고 있겠지. 여러분은 옷을 어떻게 구입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