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서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그 때 몹시 눈이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곧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을 받아 주질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 않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기 형 도 -詩作 메모 (1988.11)
요새 점점 내 자신에 갇혀버리며 그로 인해서 경솔해지고 유치하며
옹졸한 인간으로 추락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누구와 이야기도 마음껏 하기도 하고 싶고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기도 하고 싶고 ...
하지만 마음이 넘 급합니다...
그 동안 제가 믿구 있는 신념들이 하나 둘씩 무너져 갑니다.
"그 신념들이, 나를 실망 시키구 있습니다." 얼마 전 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전 그런 것을 경계하구 있었구, 무관심에 대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요새 조금 만한 수첩을 가지고 다닙니다. 정리되지 않는 나의 사고들을
끄적거리구있습니다.
오늘 그 수첩을 앞에서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은
각오와 후회 그리고 .......
제 생활은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 방점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써보니.. 일색 푸념이군요....
톱밥 원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