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 시

2012. 4. 3. 오전 10:41:24

글자

아직 암 투병중인 이해인(클라우디아)수녀님의 시입니다.

 1945 강원도 양구에서 출생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회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 석사
부산 가톨릭대 지산교정 인성교양부 겸임교수







당고개 성지에서

이해인 수녀

박해의 칼 아래 피 흘린 목숨 보다
더 붉게 타오른 님들의 사랑은
이제와 영원히 찬미 영광 받으소서!

피묻은 침묵 속에 예수님과 함께 하신
마지막 고통의 순간들이 이제는
찔레꽃 가시로 우리의 가슴을 찌릅니다.


님들을 닮지 못한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참회의 눈물 흘리며 서 있는 우리

이 땅에서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처절하게 고독하고 용감했던 님들의 선택으로

우리가 누려왔던 빛나는 영광을
당연히만 여겨왔던 무심함과 우매함을 용서하십시오.


춥고 아픈 겨울 이겨낼
천상의 매화 향기 맡고 싶어
기도의 산과 언덕을 넘어
당고개 순교성지에 왔습니다.


사랑하는 법을 삶으로 보여주신 님들처럼
우리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가
오직 사랑이게 해 주십시오

목숨 바쳐 신앙을 지키신 님들 덕분에
우리의 믿음 또한 조금씩 깊어질 수 있음을
오늘도 새롭게 감사하며
하늘로 이어지는 꽃탑을 쌓습니다.


옹기처럼 깨어지고 부서지고 낮아지는
사랑의 순교를 일상의 삶터에서 실천하는
가난하고 겸손한 순례자가 될 수 있도록
늘 우리와 함께 계셔 주십시오


사랑으로 피 흘리신 순교 성인들이여
찔레꽃 아픔을 매화향기로 승화시키는
사랑의 성인이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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