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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서울 한양도성 서소문과 천주교' 심포지엄
8일 서소문성지 옆에 있는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조선시대 서울 한양도성 서소문과 천주교 박해' 심포지엄은 자료집 400부가 금세 동이 나고, 장장 6시간에 걸쳐 진행됐음에도 참석자 대부분이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서소문공원(성지) 재개발에 대한 신자와 일반인들의 관심은 그만큼 뜨거웠다. 순교성지라는 천주교회사적 의의와 함께 서소문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ㆍ공간적 의미가 동시에 주목을 받는 자리였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는 심포지엄이 끝난 뒤 "서소문성지 보존과 개발은 한국교회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에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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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가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힘 기자 lensman@ |
다음은 심포지엄 발표문 요약.
▨기조강연: 역사적 도시에서 새로운 개발 방향-서소문공원 재개발에 즈음하여(신형식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서소문공원 재개발은 △공원이라는 시민 휴식처(체육 및 어린이공원 포함) △서소문이 갖는 역사성 △천주교 성지로서 의미 등 3가지를 조화롭게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서소문공원이 노숙자 쉼터가 되는 것을 막고 올바른 시민 휴식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운동기구와 놀이공간 확대가 필요하다. 역사성 확보를 위해서는 서소문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시민에게 알리고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구청 차원의 홍보와 활동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서소문공원이 가톨릭성지임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어야 한다. 특히 서소문이 과거 시신 운반 창구나 서대문의 보조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의(義)를 상징하는 서울의 서쪽 창구로서 인(仁)을 상징하는 동대문과 함께 인간의 올바른 도리를 지키는 수문장임을 알려줘야 할 것이다.
불교와 관련이 있는 탑골공원이 3ㆍ1 운동의 거점이 된 것처럼 서소문공원이 천주교 성지로 거듭날 때 새로운 명소로 민족운동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탈바꿈한 서울역-서소문공원-서대문형무소(독립문공원)를 잇는 서부 지역 허브 공원으로 육성할 때 서소문공원 위상은 올라갈 것이다.
▶ 조선시대 서울 한양도성과 4소문(小門)- 서소문을 중심으로(이원명 서울여대 사학과 교수)
조선시대 사람들은 도성을 한 바퀴 도는 순성(巡城)놀이를 즐겼던 것 같다. 최근 이를 재현하려는 순성놀이가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순성놀이는 서울 역사박물관을 출발해 인왕산ㆍ백악산ㆍ낙산ㆍ목멱산과 4대문, 4소문을 거쳐 600년 역사ㆍ문화ㆍ생태 도시 서울을 걷고, 보고, 느끼며 걷는 행사로 진행됐다.
역사적 콘텐츠를 추가함으로써 단순한 등반을 겸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600년 이상의 역사와 문화가 있고 사람이 있는 순성놀이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서소문 밖 천주교 신자들의 역사 현장과 스토리는 세계 천주교 순교사에 길이 남을 '천주교 순례코스'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고 또 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서울의 문화유산을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부활시키는 것이다.
▶서소문 밖 형장(刑場)과 천주교인 사형(차기진 청주교구 양업교회사연구소장)
서울의 형장 중에서 당고개는 교(수)형장과 참(수)형장으로, 서소문 밖은 주로 참수형장으로 이용됐다. 서소문 밖 형장은 태종 16년(1416년) 이후 서울의 상징적 형장으로, 참형이나 능지처사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이다.
조선 후기 서소문 밖 형장은 천주교인들 처형장으로 가장 많이 이용됐다. 기록상 이곳에서 처형된 천주교인 수는 신유박해 순교자 31명, 기해박해 41명, 병인박해 12명 등 모두 84명인데, 한국 103위 성인에는 44명이 포함됐다. 하느님의 종으로 선정돼 현재 시복 재판을 받고 있는 순교자는 20여 명이며, 하느님의 종 선정 대상자에 올라 있는 이는 2명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박해 시기 교회 지도자로, 혹은 회장으로 활동한 이가 많다. 한국교회에서 서소문 밖 형장을 가장 중요한 순교터요, 순례지(성지)로 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와 서소문(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서소문 밖 형장은 조선 후기 천주교 신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다. 현재 시복을 추진 중인 순교자들이 성인으로 선포된다면 서소문은 세계 가톨릭교회사에서 70여 년에 걸쳐 계속 순교자를 배출한 대표 지역으로 인식될 것이다.
더욱이 이곳은 정약종과 그의 자녀 정철상ㆍ하상ㆍ정혜가 순교한 곳이다. 정약종의 부인 유 체실리아도 옥사했다. 현재 정약종과 정철상의 순교 행적에 대해서는 교회 차원의 조사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이 복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 1839년 순교한 유 체칠리아와 정하상ㆍ정혜 자매는 이미 성인으로 선포됐다. 서소문 밖은 이들 5인 가족 순교자를 기념하는 장소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서소문 밖은 이처럼 세계 가톨릭교회 2000여 년 역사에서 장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순교성인을 배출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매년 9월 한국교회 순교자들을 공식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순교자들을 배출한 곳을 찾고 있다.
서소문은 조선 후기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으로 적셔진 곳이다. 뿐만 아니라 전근대적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을 안고 최후를 마쳤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특별한 기념관이나 추모 시설이 이뤄진다면 이곳은 또 다른 서울의 명소로 세계인에게 주목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조선말 만초천(蔓草川) 유역의 경관 변화와 서소문 밖 순교성지의 위치 비정(최영준 고려대 명예교수)
서소문 순교성지는 조선 초기부터 행형장(行刑場)으로 사용해온 만초천변 하천부지였다. 지대가 저습한 까닭에 취락도 들어서지 않아 형장으로 적합했다. 17세기 말부터 서소문 밖 구릉지에 취락이 형성되면서 서소문 네거리에 시장이 들어섰다. 시장이 들어섰음에도 과거 행형장 일대는 빈터로 남겨뒀으며, 이곳에서 100여 명의 가톨릭 신자가 순교했다.
서소문 네거리는 본래 서소문 고개보다 15m 정도 낮은 저지대였으나 수차에 걸친 도로확장 및 정비공사로 지대가 높아졌다. 네거리를 교차하는 의주대로와 양화대로 폭도 이전보다 2~3배 확장돼 과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각종 자료를 종합해본 결과 서소문 순교성지는 서소문 네거리의 좌측 상단부에 속하는 삼각형 지구, 즉 미근동 267번지 일대로 추정할 수 있다. 이곳에는 현재 임광빌딩과 폐쇄된 서소문파출소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금까지 서소문 순교성지로 알려진 서소문공원에서 약 200m 북쪽인 서소문 고가도로변이다.
▶서소문공원의 미래와 비전-서소문공원 재조성 개발 전략(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현재 서소문공원은 장소 정체성이 없다. 여러 성격과 기능이 혼재돼 있어 뚜렷한 장소로 인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주교 순교지로서 장소적 기념성, 도심 근린 공원으로서 일상성, 도심 주차공간으로 기능성 등이 동거하면서 하나의 강력한 장소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공원은 또 장소 접근성이 열악하다. 도심에 드물게 존재하는 공원으로 덕수궁ㆍ서울시립미술관ㆍ서울역ㆍ숭례문 등과 가깝지만 서소문 고가, 경의선 철로 등으로 둘러 싸여 접근성이 떨어진다.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시각적 접근성도 고립돼 있다. 더불어 운영관리가 없다. 기본 청소나 시설 관리는 중구청이 하고 있으나 도심 공원으로서 다양한 역사, 문화, 생태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도심 공원은 운영관리 수준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서소문공원은 잠재성이 무척 크다. 첫째, 서울은 사대문 안을 유네스코 역사 도시에 등재하고자 사대문 안 역사문화 환경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서소문공원하면 떠오르는 강한 이미지가 없다. 무엇보다 서소문이 천주교 순교지라는 장소 의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원에 설치돼 있는 기존 기념비, 동상, 환경 조형물들을 재배치하거나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공원 성격을 다시 규명하고 이와 관련해 강조할 기념비나 조형물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주변 지역 개발계획에 따라 서소문공원 위상이 현격하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서울역 국제회의시설 조성계획에 따라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 및 업무상업문화 복합시설이 들어서면 서소문공원은 현재보다 훨씬 주목 받는 장소가 될 것이다. 셋째, 걷기가 확산되면서 도심 내 녹색길이나 역사문화 벨트 활용이 증가할 것이다. 서소문공원은 경복궁-덕수궁-숭례문-서울역-서소문공원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축의 종점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주변의 다양한 문화 요소들과의 연계 가능성이 충분하며 대중교통에 의한 접근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잠재적 이용자들은 많다고 하겠다.
서소문공원 재조성은 그동안 국가기관이 일방적으로 조성하는 식에서 벗어나 민관이 협력하는 방식을 통해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문화적인 도시를 만드는, 진일보한 방식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정리=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이힘 기자 len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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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서울 한양도성 서소문과 천주교 박해' 심포지엄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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