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수요일 출석부

2008. 11. 4. 오후 10:33:31

글자


낙엽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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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뭇잎들을 보내기 직전 오후의
피반령 고갯길은 황홀합니다
구릿빛 참나무 잎들과 주황색 금색의
의상을 걸친 낙엽송 가지들이
어찌나 서로를 돋보이게 하며 빛나는지
산기슭이 굽이굽이 햇살 속에서 찬란합니다
이 최후의 며칠간 소멸은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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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무 자신은 어떨까요.
나무도 이 찬란한 소멸의 시간을
아름답게 보내고 있을까요,
안타까워할까요?
나뭇잎들은 어떨까요?
자유로워할까요,
걱정과 근심이 많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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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일 것입니다.
안타까움과 다행스러움,
어쩔 수 없는 체념과 홀가분함,
자유로움과 비통함,
받아들여야 할 운명과
헤어지는 아픔이 교차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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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처음 싹을 내밀 때는
'나를 꼭 잡아주세요.' '두려워요.'
'멀리 가지 마세요.' '나 혼자 있으라고요?"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다 꽃을 피우고 제법 화색이 돌고
자신감도 생가면
'나 혼자 있게 놔두세요'
'나 혼자서도 아름다울 수 있어요'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다 잎이 무성해지고
함께 숲을 이루기도 하고
천둥과 번개도 겪은 뒤에는
점점 말이 없어지며
'나를 놓아주세요' '정말 자유롭고 싶어요'
'열정도 뜨거움도 없는 나날들을 견딜 수 없어'
그런 말들이 오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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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엄마 곁을 떠나 있게 될까봐 악을 쓰고 웁니다
혼자 있는 건 버려지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와 나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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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이가 어느 순간 꼭 쥐고 있는 엄마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내려고 꼼지락거립니다.
잡고 있는 손을 팽개치고 저 혼자 걸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넘어지면 얼른 고개를 돌려 엄마를 바라봅니다
도움을 청하며 울기도 하고 엄살을 떨기도 합니다
혼자 있으려는 생각과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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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목소리가 변하고 가슴이 봉곳해지기 시작하면
"혼자 있게 놔두세요" 하고 소리칩니다.
제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기도 하고,
방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 채
누군가와 오래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시간이 지나면
"나를 놓아 주세요" 하고 거침없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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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사랑이 시작될 때는 항상 같이 있으려고 합니다
시간시간 서로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고는 안심합니다
떨어져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는 같이 있는 것입니다.
같이 있고 싶은 것입니다
한 몸이고 싶어 합니다
한 몸이라는 것을 자주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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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나를 꼭 잡아 주세요."  하고 말하며 의지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혼자 있고 싶어집니다
우리는 있는데 나는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답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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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천둥번개도 치고 폭풍우도 겪고 나면
"나를 놓아 주세요"하는 말이 불끈불끈 솟습니다
열정도 설렘도 없는 하루하루를 산다는 게
견딜 수 없어집니다
자유로워지고 싶고,
나를 구속하는 것들을 벗어나
마음껏 활개 치며 살고 싶어집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적 속성에서 벗어나
다시 한 마리 짐승이 되어
산과 들을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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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고 내 사랑하는 사람도
똑같이 그렇게 느낍니다
데스몬드 모리스는 우리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나를 꼭 잡아주세요', '나를 놓아 주세요'
그리고 '혼자 있게 놔두세요'
이 세가지 단계를 되풀이해서 거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성장하고 발전하는
정상적인 순환과정의 일부라고 합니다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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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지 말고 다가오는 단계 단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도 나처럼, 나도 그처럼
똑같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고
쓸쓸해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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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에 단풍 들어 아름답지만
조락 이후의 쓸쓸함이
이 산 가득 몰려올 것입니다
그러나 쓸쓸함도 아름다움일 수 있습니다
쓸쓸한 이후에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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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줄 아는 이에게만
그 다음의 어떤 것이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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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종환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




 





댓글 5

  • 2008년 11월 5일 오전 10:08

    어젠 오랜만에 수락산엘 올랐습니다.. 가을 정취를 듬뿍 느낀 산행이었지요~~~ 모처럼 느껴본 짧은 시간의 행복이었습니다..

  • 2008년 11월 5일 오후 2:33

    이번엔 수락산도 오염되었겠군요... 산에 가면 얼른 내려 오시길.....

  • 2008년 11월 5일 오후 7:09

    이 인간이 최후의 발악을 하는 모양입니다. 감독 말년이라 참고 넘어 가려 했는데~~ 주거써 강초웅무~~!!! 일요일에 각오하고 나와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08년 11월 7일 오전 2:36

    총무 감독 (님) 한번해보시지요 참재미있겐내요 이기는게우리편

  • 2008년 11월 7일 오전 9:10

    원터치는 비슷한 상대와 하는거죠~~ 걍총무가 되겠습니까 석태형님?? 당근 석태형이 내편이죠~~ㅋㅋㅋㅋㅋㅋㅋㅋ........

*^^*한마음출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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