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강가에서 혼자 슬퍼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였으나
우화집 한 권 내지 않았기 때문에
함께 웃는 독자도 없고 함께 눈물 흘린 독자도 없는
영원한 무명작가였다.
우화작가가 죽고 나서
세상에 그의 기이한 행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소문에 헛소문이 덧보태져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화작가가 살던 마을을 찾게 되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글을 썼던 개야강은 관광지가 되었으며
작가의 집은 명소(名所)가 되었다.
주위에는 작은 호텔들과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기념품 가게들도 생겨났다.
관광 안내원들도 나타났다.
그들은 어찌된 일인지 앵무새들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 개야강이 바로 우화작가의 책입니다.
물의 책, 혹은 물의 우화집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글씨가 보이지는 않지만
이 흐르는 물에 숱한 우화들이 녹아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우화작가가 강으로 내려오면 낚시가 전혀 안됐다고 합니다.
슬픈 우화를 쓸 때는
물고기들이 입을 벌리며 물 위로 뛰어 올랐다는군요.
물고기들만이 그의 독자인 셈이었죠."
* <낙제>
돈을 빌려 준 사람이 돈을 빌어간 사람에게 가서
빨리 돈을 갚아달라고 독촉했다.
"당신이 빌어 간 돈은 언제 갚아 주겠소?"
그러자 돈을 빌어간 사람이 말했다.
"사실은 내가 많은 사람에게서 돈을 빌었기 때문에
갚아야 할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갚아야 할 사람을 세 가지로 나누어 두었지요.
첫번째는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마련하여 갚아 주어야 할 사람이고,
두 번째는 돈이 생기면 갚아 줄 수도 있는 사람이며,
세 번째는 안 갚아도 그만인 사람이지요."
"그럼, 나는 어디에 속한단 말이오?"
"아, 당신은 지금 첫 번째 사람으로 꼽고 있지만,
자꾸 귀찮게 굴면
세번째 사람으로 낙제시킬 수도 있어요.
한번 낙제되면 절대로 올라올 수 없습니다.
"올바른 길 위에
있더라도
거기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차에 치일 것이다(윌 로저스)."
오늘
인사이동으로 인한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교구청에도 신부님 몇 분이 떠나시고
그리고 몇 분이 새로 오십니다.
사이좋게
잘 지내야겠지요.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김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