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

2006. 1. 24. 오후 4: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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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긴 626곡, 영화로 다시 듣는다

모차르트는 음악의 모든 분야에서 히트곡을 남긴 ‘전천후 작곡가’다. 댄스 음악으로 인기 차트 1위에 오른 뒤 곧바로 발라드를 쓰고, 무거운 록 음악을 선보였다가 다음 곡은 재즈풍으로 갈 줄 아는 작곡가다. 농구로 따진다면 어시스트와 슛뿐 아니라 리바운드와 골밑 싸움까지 능수능란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셈이다. 지금도 이런 음악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있다면 당장 천재나 신동으로 불리며 추앙받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차르트가 더더욱 사랑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양의 고전음악사를 돌아봐도 그렇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활동했던 바로크 시대에는 아직 교향곡 같은 소나타 형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 교향곡이 꽃 피웠던 고전파 시기의 주요 작곡가들은 거꾸로 오페라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악성(樂聖)’ 베토벤조차 오페라는 ‘피델리오’ 한 편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 뒤 이어진 낭만파 시기에는 자기 전문 분야로 특화가 더욱 심해졌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대표적이다.

치우침 없이 오케스트라와 독주곡, 기악과 성악, 심지어 종교 음악까지 골고루 걸작을 남긴 작곡가가 바로 모차르트다. 그렇기에 ‘모차르트로 향하는 길’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속의 장면에 흐르던 곡을 통해 모차르트로 가는 접근로를 살펴본다.

영화 ‘아마데우스’와 교향곡 25번

하인들은 식사를 들고 방문을 두드리지만 방안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주인님, 대답하지 않으면 우리가 다 먹겠어요.” 농담을 하지만 신음소리가 희미하게 새나온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피투성이의 노인이 이름을 외치며 쓰러진다. “모차르트.”

영화 ‘아마데우스’의 첫 장면. 작곡가 샬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죽음에 빠뜨린 죄책감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병원에 실려간다. 긴박감이 넘치는 이 장면에서 삽입되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 1악장. 모차르트가 남겼던 41편의 교향곡 가운데 일부일 뿐이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를 기억하는 관객의 뇌리에 박혀버린 멜로디다.

음악팬은 보통 말러나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까지 근대와 현대를 잇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에 열광하지만, 음악인들은 “너무나 투명하기에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더욱 연주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90여명의 단원이 내뿜는 박력 넘치는 교향곡에선 연주 중간에 비교적 숨을 곳도 많지만, 40~50여명의 소편성으로 연주해야 제맛을 내는 모차르트의 교향곡에선 숨을 구석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식 번호가 붙어있는 41편의 교향곡에 곧바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CD로만 대략 19장 분량. 번호가 붙지 않은 관현악곡은 더 많다. 이 때문에 모차르트의 관현악이 흠뻑 무르익은 30~40번대의 중·후기 교향곡이 자주 연주되는 편이다.

이 시기의 교향곡에는 유럽 각국의 도시 이름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교향곡 31번 ‘파리’, 35번 ‘하프너’, 36번 ‘린츠’, 38번 ‘프라하’ 등이 대표적이다. 모차르트가 작품 발표나 연주를 위해 방문했던 도시의 이름을 딴 것이다. ‘도시 교향곡’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 작품부터 출발하면 좋다.

최후의 3편인 교향곡 39~41번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걸작이다. 교향곡 41번에 붙어있는 별명은 로마 신화에서 최고의 신을 뜻하는 ‘주피터’.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녹음한 명(名)지휘자로는 브루노 발터, 칼 뵘,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이 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클라리넷 협주곡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캐런(메릴 스트립)은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남편의 애정편력에 고통받는다. 농장일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캐런은 탐험가인 데니스(로버트 레드퍼드)를 만나며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이들이 아프리카의 대자연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탐험을 떠났던 데니스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2개월 전의 작품인데도 구름 한 점, 티끌 하나 찾기 힘들 만큼 영롱하다. 피아노 협주곡 27곡, 바이올린 협주곡 5곡과 호른 협주곡, 바순 협주곡, 클라리넷 협주곡과 플루트 협주곡까지. 이 가운데는 정확한 작곡가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곡도 있지만, 모차르트는 협주곡에서도 다양한 악기를 독주 주자로 등장시켰다.

27곡에 이르는 피아노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작곡가였을 뿐 아니라 당시 유럽의 왕정을 휩쓸고 다녔던 인기 연주자 출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곡들이다.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삽입됐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나 20번을 먼저 들으며 접근하면 좋다. 숨지기 직전까지 모차르트에 천착했던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의 음반을 피아노 협주곡의 명연주자로 꼽는다.

13세의 소녀로 카라얀에게 발탁된 이후 정상의 자리에서 한번도 떠나지 않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는 모차르트 250주년을 맞아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5곡)을 최근 음반으로 내놓기도 했다.

영화 ‘쇼생크 탈출’과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은행 간부 앤디(팀 로빈스)는 아내를 죽인 혐의로 두 번의 종신형을 받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재능을 살려 간수에게 세금 감면에 대해 조언을 해준 뒤, 폭력적인 감옥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간다. 교도소에 구색을 갖춘 도서관을 만들고, 도서와 음반을 사회로부터 기증 받는다.

어느날 기증 받은 레코드 가운데 끼어있던 음반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앤디는 사무실의 문을 잠그고 이 음반을 튼 뒤, 마이크를 통해 교도소 전체로 방송해 버린다. 동료 죄수들은 “이탈리아어는 하나도 몰랐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쇼생크는 모두 자유를 느꼈다”며 행복해 한다. 앤디는 2주간의 독방 생활을 벌로 받게 된다.

죄수들의 말문을 막아버린 이중창이 ‘편지의 이중창’. 알마비바 백작의 바람기에 고통받는 백작부인 로지나와 시녀 수잔나, 두 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름다운 이중창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도 자유에 대한 염원과 아름다운 음악이 어루어진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런데 왜 하필 ‘피가로의 결혼’일까. 오페라의 줄거리를 훑어보면 꽤 복잡한 복선이 영화에 깔려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백작 부인과 수잔나는 백작을 유인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 위해 이중창을 부르며 편지를 쓴다. 오페라 종반부에 편지를 받고 수잔나와의 밀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알마비바 백작은 여인에게 반지를 끼워주지만 알고보니 수잔나의 옷을 입은 백작부인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반발과 귀족 사회에 대한 정치 풍자가 유쾌하게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감옥 생활에 적응하려던 앤디는 자신의 무죄 입증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교도소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멋지게 탈출한다. 핍박받던 자가 핍박하는 자를 조롱하는 영화의 내용은 오페라와 꼭 닮아있다. 영화에서도 극적 반전을 암시하는 대목이 바로 모차르트의 이중창으로 처리된 것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에는 당대 시대에 대한 유쾌한 풍자와 반전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 때문에 시대 배경을 현대로 바꿔도 별 무리없이 즐길 만하다.

대표적인 오페라 연출가가 피터 셀라스. 이 대담무쌍한 연출가는 ‘피가로의 결혼’의 배경을 20세기 후반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일어나는 남녀간의 밀고 당기기로 바꿔버린다. 유럽의 전설적인 호색한이었던 ‘돈 조반니’는 할렘의 흑인 악당으로 변신한다.

모차르트 오페라는 ‘다 폰테 3부작’으로 불리는 중·후기작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는 모차르트 오페라의 대본을 쓴 작가. 요즘 대중가요 식으로 따지면 다 폰테는 작사가, 모차르트는 작곡가인 셈이다. 모차르트가 그와 짝을 이뤄 협업한 작품으로는 ‘여자는 다 그래’로 흔히 번역되는 ‘코지 판 투테’와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가 유명하다.

전곡을 들으려면 2~3시간에 훌쩍 이르기 때문에 처음엔 하이라이트 음반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 유명 아리아와 서곡으로 작품의 맛을 익힌 뒤, 용기를 내어 전곡 영상물(DVD)이나 음반에 도전하자. 처음엔 아리아들이 귀에 먼저 들어오지만 모차르트 오페라의 정수는 ‘중창’에 숨어있다. 등장 인물들이 제각각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대사와 멜로디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데 모차르트 오페라의 묘미가 깃들어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도 빼놓을 수 없는 걸작. 한국에서는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가슴 속에 끓어오르고’로 너무나 유명하다. 초절정 기교가 필요한 ‘밤의 여왕’ 역을 가장 잘 소화하는 소프라노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조수미다.

모차르트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는 칼 뵘, 에리히 클라이버 등이 유명하며 최근에는 작품 당시의 연주 방법으로 원전(原典)의 맛을 살리는 ‘정격 연주’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휘자 르네 야콥스의 음반이 대표적이다.

모차르트 최후의 작품 ‘레퀴엠’

다시 영화 ‘아마데우스’. 질투에 사로잡힌 샬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진혼곡인 ‘레퀴엠’을 쓰라며 돈을 건넨다. 실제로 모차르트에게 이 작품을 위촉한 주인공은 아내의 기일에 맞춰 연주하려고 했던 발제크 백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눈물의 날(Lacrimosa)’의 음표를 새겨넣던 붓끝은 끝내 멈추고 만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미완성 작품이 바로 ‘레퀴엠’이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스스로를 위한 진혼곡으로도 해석된다.

모차르트의 작품 번호 앞에는 보통 ‘K’라는 약호가 붙는다. 나중에 그의 작품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번호를 붙인 쾨헬의 이름을 딴 것. 하지만 쾨헬 이후에도 많은 작품들이 발견됐다. 모차르트의 최후작인 레퀴엠은 K.626이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로 해석되는 ‘키리에(Kyrie)’부터 ‘분노의 날’로 불리는 ‘디에스 이래(Dies irae)’, ‘눈물의 날’까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한다.

음반사 EMI는 최근 100곡의 유명 곡을 음반으로 묶어서 저렴한 가격에 펴내는 ‘100 시리즈’를 발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작곡가로는 유일하게 모차르트가 ‘베스트 모차르트 100’이라는 음반명으로 포함돼있다. 그만큼 장르별로 히트곡이 많다는 뜻도 된다. 이 같은 발췌 음반을 통해 모차르트 음악의 윤곽을 파악한 뒤, 교향곡·협주곡·관현악곡·독주곡·실내악오페라·성악곡 등 친숙한 장르부터 출발하면 좋다.

모차르트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커다란 웅덩이를 곡의 곳곳에 파놓았다. 처음부터 섣불리 전곡(全曲)에 도전하는 건 시간과 정력 낭비. 어쩌면 발췌 음반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곡가가 모차르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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