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지구의 중력 때문에 못 느낄 뿐이란다.
과학적 용어로는 이를 대기압이라고 하는데 1대기압(1.033kg/cm2)의 무게는
높이 10m의 물기둥이 밑면에 미치는 압력과 같다는 것이다.
즉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은 10m 깊이 정도의 수압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또 이민자로서
한인 남성들이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수치화하면 어느 정도가 될까.

한인 남성들은 미국에 이민을 와서 대개 다음과 같은 변화과정을 겪는다.
삶의 질을 찾아 미국 땅을 밟을 당시만 해도 대부분 남자들의 마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의욕으로 충만하기 마련이다. 더구나미국은 한국에선 좀처럼 누릴 수 없는 훌륭한 교육환경과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니 탁월한 선택을 내렸다는 생각에 어깨가 좀 더 가벼워 진 듯하다.
한국에서 가져온 목돈으로 은행 잔고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한국에 아직 처분할 재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커다란 위안거리다.
적응문제는 있지만 첫 일년 정도는 삶의 무게가 한국과 그리 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민생활이 해를 거듭함에도 '그 망할 놈'의 영어는 좀처럼 발전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대체 들리지 않고 말문마저 꽁꽁 막히니 마땅한 직업도 적당한 돈벌이 거리도 남자를 외면해 간다. 씀씀이를 줄여 보지만 집값에 차값에 보험료에 은행의 잔고는 계속 줄어 가고 한국에선 더 이상 가져올 돈이 충분치 않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지면서 몸이 서서히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빠져 드는 듯한 느낌이다.
또 몇년이 지나간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완벽하게' 사라진다. 몇 차례 직장도 가져 봤지만 이도 저도 시원치 않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누굴 위해 미국 이민을 결심했는지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가족은 가족대로 한국에서는 능력있던 남편이 아빠가 의기소침 해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자괴감이 든 남자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기보호의 본능을 발동한다. 이민을 결행하던 당시의 각오와 꿈은 어느덧 사라졌고 남자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사회로부터 그리고 가정으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돼 간다. 마치 바다 속 20m쯤 내려와 있는 듯 머리는 지끈거리고 숨쉬기 조차 곤란하다. 최근 '아버지를 위한 변명'을 펴낸 한국의 유명 정신과 의사 김병후씨는 가족 위에 군림하는 것 같지만 실은 가족에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나약한 아버지들을 이해해 달라고 역설한다.
얼마 전 한국의 KBS 방송은 이 곳 LA에서 '도전 골든벨'을 녹화해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민 5년차라는 한 중년 남성
은 "직장에서 해고도 당해보고 미국인들에게서 무시도 당해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주저 앉고 싶었지만 그 때마다 '당신은 할 수 있다'는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또 다시 한번 노력해 믿음직한 남편 자상한 아버지의 자리를 되찾겠노라고 각오를 다져 큰 박수를 받았다.
가정참극이 잇따라 발생했던 '잔인한 4월'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전통적으로 5월 둘째 주에 있는 마더스 데이는 선물도 하고 외식도 하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념일로 자리잡았지만 아쉽게도 파더스 데이가 언제인지 기억해 주는 가족들은 그리 많지 않아보인다. 올해 파더스 데이는 6월 셋째주 일요일인 15일이다. 그 날만큼은 달력에 꼭 표시해 놓고 한 가장으로서 또 이민자로서 어깨가 축 처져 있는 남자들을 위해 이런 노래를 합창해 주는 것이 어떻겠는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여보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아버지의 날 글 중에서-노세희 씀 ~ 
Connie Franc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