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있다는 증거를 대봐"

2008. 8. 13. 오후 12:33:42

글자
 
"하느님이 있다는 증거를 대봐"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어릴 때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속상했다.
왜 하느님은 가끔씩 나타나시지 않고 이런 의심을 받으시나 원망도 했었다.
지금은 하느님이 계시다는 증거를 확실히 댈 수 았다.


파키스탄 북부는 높고 멋진 산들의 경연장이다.
그 중에 하나인 낭가파르밧에 오르는 중이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지기 짐을 자기가 지고 올라갈 수 있는
해발 5,000미터의 베이스캠프가 목표였다.
일행은 배낭족 숙소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한국 스님과 독일인...

일정은 일주일 남짓이었다.
등산 사흘째 되는 날, 문제가 생겼다,
삼천 미터 정도부터 나타난 빙하 때문이다.
미끄러워서가 아니라 빙하의 갈라진 틈인 크레바스에 빠지면
절대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등산 도중 만난 동네 소년이
가이드도 없이 빙하지역을 건너가는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때 나는 소위 "짠순이 여행" 을 하고 있었다.
여행 자금이 한정되어 있어 돈 떨어지는 날이
집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산 밑에서 트래킹을 준비할 때부터 많은 사람이
가이드와 같이 가야 한다고 했지만 내가 우겨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가이드 비용은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였다.

내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니까,
그 소년은 요즘 들어 빙하 사고가 많이 났다면서 애가 타서...
"그럼 염소라도 한 마리 빌리세요." 라고 했다.
염소는 본능적으로 크레바스를 피해 간다는 것이다.
염소 빌리는 값은 우리 돈으로 500원,
갑자기 빙하가 무서워진 나는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싼게 비지떡이었다.
우리가 미끄러운 빙하에서 지체하는 사이에
그 "가이드 염소" 는 혼자 잰 걸음으로 앞서 가더니,
"어~어" 하는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질 만큼 멀리 가버렸다.

난감했다. 수 십 년 도를 닦은 스님이나,
일 년에 수백억 원을 주무르는 무기상이나 속수무책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미 해가 지고 있어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그 날 밤을 빙하 위에서 자야 할 처지였다.

내가 앞장을 섰다. 태연한 척 했지만
얼마나 불안한지 저절로 성호가 그어지면서 기도가 나왔다.

"하느님, 부디 한 걸음 한 걸음을 지켜 주소서."

그렇게 빙하의 크고 작은 틈을 요리조리 피해 가기를 수십 분,
한순간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딱 멈춰졌다.
발 아래를 보니 내 등산화가 크레바스 절벽 끝에 반쯤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괴물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크레바스는 얼마 깊은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 같았다.

얼음 절벽으로 떨어지기 직전,
누군가 등 뒤에서 내 목덜미를 잡아 확 낚아챘고,
나는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나가떨어졌다.
큰 배낭을 메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거북이가 뒤집어진 꼴이었다.

다음 순간 '살았구나!' 안심하면서,
우리 일행 중 누가 나를 구해 주었나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놀랍게도 스님과 독일 친구는 5미터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꽉 잡혔넌 목덜미는 아직도 얼얼한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목덜미를 힘껏 잡아 끌어 준 손아귀의 정체가 확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늘에도 계시고 땅에도 계시고, 늘 내 곁에 계시는 하느님,
홀로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월드비젼 긴급구호팀장 "한 비야" 님의 글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맑은 영혼을 위한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