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메아리 제2호

2001. 3. 13. 오후 12:33: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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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간행물 민둥메아리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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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14일 발행

편집인: 원재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

주  간: 박창엽 파비아노 신부, 정영희 크레센시아 수녀

편집장/편집인: 김은영 크리스티나(북치고 장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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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민둥산에는 메아리가 없다.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알죠?)

그러나 민둥산에 올라가서 "야호~!" 하고 외치는 건 내 맘이다.

- 민둥메 禿山洞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

 

[개학식] 초등부 주일학교 개학식 거행

천주교 서울대교구 독산동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는 지난 3월 3일 어린이 미사 때에 2001학년도 개학식과 교사 임명식을 거행하였다. 구구절절한 절차와 거창한 의미를 나열하기보다는 사소한 풍경을 늘어놓아 엿장수 맘대로 읽게 한다는 본지 제작 방침에 따라, 언제나 그러하(ㄹ 것이)듯이 이 날의 몇 가지 풍경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 기대? 실망? 다짐!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 자리, 새 교리실, 새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인지, 이 날 어린이들은 전에 없이 들뜬 표정을 보였다. 특히 여자 어린이들은 잘생긴 남자 선생님이 담임을 맡아 주었으면 하고 속으로 또는 내놓고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남자 어린이들도 함께 신나게 놀아 줄 남자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원래 남교사 수가 많지 않은데다 신입교사 황 미카엘 선생이 휴가에 들어간 관계로, 3개 학년만이 소원성취할 수 있었다. 세 남교사들이, 남자 선생님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 학년에 배정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개학식에 이어 거행된 교사 임명식은 그야말로 교사들의 인기도를 만천하에 드러내 버린 자리였다. 일곱 학년의 일곱 선생님들이 불릴 때마다 학생들은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로, 또는 알 수 없는 반응들로 새 담임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교사 소개는 저학년에서 고학년 순서대로 진행되었는데, 교사회의 양대 노땅 유치부 크리스티나 선생과 1학년 글라라 선생은 신부님의 소개에도 어린이들의 반응이 없자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애들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르니까 그럴 거야..." 하며 쓰린 마음을 달랬다. 반면 작년에 가르친 학생들을 데리고 올라가는 3학년 비비안나 선생과 6학년 힐데가르다 선생은 열화 같은 박수와 환호성을 등에 업고 제대 앞에 등장하여, 하늘을 찌르는 인기도를 과시하며 다른 교사들을 좌절감에 빠트렸다. 어린이 부서 담당 교사가 부서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점도 눈에 띈다. 전례부 담당 크리스티나 선생이 등장할 때 전례부원들은 조용(?)한 박수와 은근한 미소로, 성가대 담당 비비안나 선생이 등장할 때 성가대원들은 귀를 찌르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어린이들의 상반되는 반응은 인기도의 차이라기보다 부서의 성격과 관계 있다는 것이 크리스티나 선생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 역시, 교사는 가르칠 때 교사답다

미사가 끝난 뒤 교사들과 어린이들은 각 학년 교리실로 들어가 첫 인사를 나누었다. 작년의 어린이들 모습을 생각하고 개학식에 임한 교사들은 학년이 바뀐 것 하나만으로 어린이들이 많이 변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레크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6학년 어린이들이 한순간에 무게 잡고 반항기 철철 넘치는 애어른으로 돌변하자, 이 어린이들을 2년째 담당하게 된 힐데가르다 선생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한편 작년과는 거리가 먼 학년을 맡게 된 교사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학년 전문이었던 크리스티나 선생은 팔자에도 없이 유치부를 맡게 되었는데, 방학 동안 유아들의 수준에 맞춰 잘 해 보겠다며 키워 왔떤 의욕이 첫날부터 난관에 봉착하자 크게 당황했다. 글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태반인데다, 성호경을 그을 때도 오른손-왼손 개념이 없어 교사가 학생들을 마주보고 왼손으로 십자 성호를 그어야 하는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해야 했다. 또한 6학년에서 2학년으로 급강하(?)한 미카엘 교사는 말 안 듣는 철부지들을 달래느라 진땀 뺐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다.

이 날 교리가 끝나고 이어진 회합에서 박창엽 파비아노 지도신부는 "방학 동안 선생님들끼리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조금 불안한 모습도 보였는데, 이제 주일학교에 활기가 도는군요. 역시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대할 때 가장 교사답습니다." 하는 명언을 남겼다.

 

- 시작하자마자 이별이라니

한편, 이 날 미사에는 그 동안 독산동 성당에서 사목하던 최성균 요한 보스코 주임신부의 마지막 강론과 환송식이 있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 성모님 사랑합니다." 등의 유행어(?)와 랩버전 미사로 명성을 날렸던 최 신부는 마지막 강론에서도 "모든 신앙 생활의 첫걸음은 기도"임을 누누이 강조하였다. 이에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교사들은 환송 노래로 최 신부의 가르침에 가장 걸맞는 것이 없을까 고심하다 마침내 ’예수님의 이름은’으로 최 신부의 떠나는 길을 배웅하였다. 노래하기 전에 "예수님 사랑합니다!"를 잊지 않은 것은 물론, 노래가 끝난 뒤 "신부님 사랑합니다!"를 덧붙여 흐뭇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 새 학기, 새 얼굴

으레 그러하듯 개학과 함께 주일학교에는 새 학생과 새 교사들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두 달 전쯤 멀리 충청도에서 이사 왔다는 2학년 이 아무개 양은 이전 본당에서 쓰던 미사책을 가지고 와서 선생님들의 칭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샀고, 한편 그의 동생 유치부 이 아무개 군은 성당에 오는 버스 안에서부터 그 나이치곤 유창한 영어와 해박한 지식으로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이군은 미사와 교리 시간에도 내내 야무진 말솜씨로 에덴동산,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들을 줄줄이 읊어, 담임교사가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 전한다. 저학년일수록 어린이 미사에 처음 오는 어린이들은 부모와 떨어지기 싫어해 부모들을 당황하게 했지만, 이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여러 걱정들을 단숨에 날렸다. 방학 동안 뜸하다가 오랜만에 교리반에 나온 친구들도 여럿 있어, 이 날은 모두 반갑게 인사하는 화기애애한 하루였다.

교사회에도 새 식구가 늘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올해부터 새 교사 임용 조건이 까다로워졌는데, 3주 매일 미사 참석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소화데레사 선생은 개학날에 안타깝게도 직장 업무 관계로 참석하지 못하였다. 또한 대학 3학년이라는 어려운 조건에도 교사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한 황 아녜스 선생은 등장한 첫날부터 거침없는 사교성을 발휘하여 다른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 황선생은 3주 동안 매일 미사에 참석한 뒤 소화데레사 선생과 함께 6개월 수습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적지 않은 나이, 바쁜 생활에도 용기를 내어 교사 생활을 시작하는 두 분의 앞날에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이 왕창 쏟아지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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