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간행물 민둥메아리 제1호
니맘대로? 인쇄
2001년 3월 10일 발행
편집인: 원재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
주 간: 박창엽 파비아노 신부, 정영희 크레센시아 수녀
편집장/편집인: 김은영 크리스티나(북치고 장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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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민둥산에는 메아리가 없다.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알죠?)
그러나 민둥산에 올라가서 "야호~!" 하고 외치는 건 내 맘이다.
- 민둥메 禿山洞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
[졸업식] 초등부 주일학교 졸업식 거행
2001년 2월 24일 서울대교구 독산동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는 졸업과 종업, 교사 퇴임 미사를 거행하였다. 박창엽 파비아노 지도신부의 주례로 거행된 이날 미사에는 평소 얼굴 보기 힘들었던 6학년 졸업 대상자들이 오랜만에 자리를 꽉 채워 눈길을 끌었다.
- 오호 통재라! 빗나간 연출
교사들은 당초 이 날 졸업식을 파견 예식 전에 거행하여 졸업자들이 지도신부를 따라 성당 문을 나서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파견 성가를 부를 때에 졸업자들이 씩씩하게 퇴장하기는커녕 자리에 놓아 둔 자기 가방을 찾으러 가는 바람에 분위기가 흐트러지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6학년 담임교사 미카엘 선생은 미사 후 교리실에서 졸업생들과 오붓한 작별인사를 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회합 시간에 그 뜻을 알렸다. 그런데 서기 힐데가르다 선생이 이 내용을 미처 적지 못한데다, 만성 덤벙증에 시달리는 크리스티나 선생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은 탓에, 파티상은 지하강당으로 졸업생은 교리실로 교사들은 회합실로 헤어지는 혼란과 비극이 연출되었다. 결국 미카엘 교사는 매우 상심하여 회합 시간에 불만을 토로했고, 매우 중요한 행사임에도 규모가 작다고 방심했던 교사회는 이 날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었다. 후문에 따르면, 소심하기론 미카엘 선생에 버금가는 크리스티나 선생이 ’나도 6학년 담임을 해 봤거늘...’ 하며 극심한 자책감에 잠깐 괴로워하다 말았다고 한다.
- ’모범’의 개념을 바꾼다!
이 날 함께 거행된 종업식과 모범 어린이 시상식에서는 몇 가지 재미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2월 초 각 학년 담임교사들은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1년 동안의 행적을 곰곰이 살펴 모범 어린이를 두세 명씩 추천한 바 있다. 그런데 교사들은 수상자 명단을 확인하며 여러 번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다른 교사들이 보기에는 장난꾸러기에 얌체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뜻밖에 모범상 수상자로 거명되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2-3년간 ’블랙리스트’로 통했던 5학년 조아무개 군은, 지난해 말 성탄 공동체 미사의 ’보편 지향 기도’ 수화 공연 당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열심히 연습하고 멋지게 공연한 열의를 인정받아 모범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군의 이름이 불리자 5학년 어린이들은 다소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장난기 섞인 야유를 던졌고, 조군은 상을 받고 자리에 돌아가던 중 싫지 않은 웃음을 지으며 "저도 제가 왜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하는 명언을 남겼다. (조군은 골목에서 선생님을 만나면 인사를 아주 잘한다. - 편집자 註 - )
또한 3학년에서는 성가대, 복사단, 전례부 등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친구들 사이에서 기피인물로 통하던 정아무개 군, 다른 교사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었던 남아무개 양이 모범상을 받았다. 특히 남양은 자기 이름이 불리자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고 입이 귀밑까지 벌어진 채 손뼉을 치며 기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교사들이 비공식 모임에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교리잔치 시상이나 개근상 시상은 어린이들을 눈에 보이는 잣대로 평가한 결과이다. 그러나 ’모범 어린이상’은 이전까지 우리가 생각하던 ’모범생’ 개념을 탈피하여, 성당에 즐겁게 열심히 다니는 평범한 어린이들의 잠재력을 교사들이 발견하고 격려하는 데 의의가 있다."
- 이별은 늘 아쉬워라
한편 이 날 교사 퇴임식에서는 6년간의 교사 생활을 접는 율리아나 선생의 인사가 함께 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해서 싣는다.
"지금 5학년 친구들이 제가 처음 교사 시작했을 때 처음 만났던 유치부 학생들이에요... 왠지 지금 나가면 다시 못 올 것 같아요... 제가 다음에 놀러 와도 반갑게 인사해요."
아뿔싸! 평소 명랑하고 발랄했던 율리아나 선생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려는 광경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편집자는 그만 나머지 내용을 놓쳐 버렸다. 그러나 율리아나 선생의 고별사는 이미 독산동 성당 게시판에 소상히 실렸으므로 게시물을 참조하면 되겠다. 이 날 율리아나 선생은 평소와 다름없이 소창 시간에 노익장을 과시해 고별공연으로 손색이 없는 무대를 연출했다. 그는 4년 전 잠시 교사 활동을 중단할 때 인사 대신 ’공주는 외로워’를 열창해 갈채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선생님을 공주라고 부르는 학생들이 현격히 줄어들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 신입교사 황 미카엘 선생은 어려운 결심으로 시작한 교사생활을 두달만에 접는 비운을 겪어 아쉬움을 남겼다.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키, 우수 어린 표정으로 혜성처럼 등장하여 뭇 여학생들의 기대를 모았던 황선생은 재수를 하게 됨으로써 1년간의 휴가에 들어갔다. 치러야 할 행사가 너무 많아 황선생의 인사가 누락되어, 학생들은 황선생의 휴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저 선생님이 우리 학년을 맡았으면!’ 하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듯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황선생은 교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교사회가 가장 바쁠 때인 12월 말에 합류한 그는 성탄제를 거친 뒤 파격적인 면모들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만난 지 하루 지난 교감 제외 모든 선배에게 말 놓기, 교사 시작 2주만에 교감 자리 탐내기, 술자리에서 전화기 들고 바람같이 사라지기, 팔짱 낀 자세로 고개를 15도 위로 들고 눈을 치켜뜬 거만한 표정 연출하기 등 황선생의 밉지 않은 일거수 일투족은 교사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황선생이 주일학교를 떠나게 되었으니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통탄했음은 물론이다.
(현재 황선생은 종로예비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올 입시를 무사히 통과하면 97년 이후 오랜만에 준수한 용모와 화려한 학벌이 조화를 이룬 불세출의 인기교사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학생들의 마음은 역시나 그 교사가 얼마나 마음바쳐 어린이들과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황선생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소심교사들에게는 걱정 말라는 한 마디만 하고 싶다. - 편집자 註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