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9일 주일 (백) 주님 세례 축일
생명의 말씀:나는 누구? 여긴 어디?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신원과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끝날 것처럼 끝나지 않는 팬데믹 상황,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미래에 대한 막막함 앞에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신앙의 위기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위기의 상황 속에서 예전 같은 방식의 신앙생활은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신앙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위기의 순간에 신앙에 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바른 곳을 향해 있었는지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번 주일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이 축일을 기점으로 성탄 시기가 끝나고 연중 시기가 시작됩니다.
다시 말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했던 시간이 마무리되고 이제 다시 신앙 안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주님 세례 축일’은 신앙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합니까?
제1독서(이사 42,1-4.6-7)에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리시는 예언이
소개됩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이사 42,1)
구약성경 예언은 신약성경 복음(루카 3,15-16.21-22)을 통해 완전한 의미를 찾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며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다음, 하늘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이사야서의 예언은 루카 복음을 통해, 하느님께서 약속하셨던 그 구원자가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전해줍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왜 굳이 다른 유다인들처럼 세례를 받으셨을까요?
예수님께서 무언가 부족해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셨던 것일까요?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당신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겸손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교회가 세례 안에서
주님과 하나 되도록 부르시기 위함입니다.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신앙인들이 언제나 세례의 순간을 기억하며
주님과 함께 용기 내어 신앙 여정을 걸어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 세례 축일'을 보내는 우리는 신앙 여정의 첫걸음인 세례의 순간을
떠올려야 합니다.
우리의 부족함과 결핍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불러주셨던 그 세례의
순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례 때처럼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우리를 향해 사랑의 손길을 내미시는
주님의 초대에 각자 자발적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던져보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신앙인인가?'라는 질문은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 때 우리를 불러주셨던 삼위일체 하느님께로
다시금 우리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김상우바오로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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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120년간 공소였던 작은 성당이 순교사적지가 되면서 신부님께서 부임하시고,
썰렁하던 성전에 불이 밝혀집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산골 마을은 성당 유리화를 통해 흘러나온 빛으로 온기가
가득합니다.
세례를 받던 날, 텅 빈 가슴에 주님께서 빛을 밝혀주셨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자녀로, 당신 마음에 드는 자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사진 설명:장은미 베르나디아 | 가톨릭사진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