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 (마르 6,9)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파견되는 제자들에게 일종의 지침을 주셨습니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
파견을 받은 제자의 입장에서는 보따리 속에 넉넉한 돈과 여벌의 옷이 있다면
더 좋을 듯 싶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필요한 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실 것이니
그분만 믿고 의지하며 빈손으로 떠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이 주는 힘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이는 하느님의 일이 오직 당신을 향한 믿음과 기도를 통해 완수된다는
신비로운 섭리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풍족한 재물을 가지고 있고, 여유롭게 남는 시간이 있으며,
몸이 건강해야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투신한다면, 그분의 일, 교회의 일에
보다 깊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당에 필요한 사목위원도 하고 구역장 반장도 하며,
레지오 단장도 하고 성모회장도 합니다.
성당의 봉사직책은 특출한 개인 지위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투신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그저 하느님의 손에 들려진 도구일 뿐입니다.
도구는 불안해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주인의 뜻대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그분이 다 이뤄주실
거라는 확신을 가질 뿐입니다.
한편, 하느님께서는 믿음으로 응답한 이에게 필요한 능력을 주시기도 합니다.
지식이 부족하면 지식을 주시고, 시간이 부족하면 시간을 주십니다.
건강이 부족하면 건강을 주시고, 재물이 부족하면 재물을 주십니다.
그래서 신기하고 신비롭게도 하느님의 일이 우리 손을 거쳐 진행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데있어 세속의 조건을
셈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의 응답은 필요하지만, 이 응답을 가능하게 하는 분 역시 하느님이시며
그분께서는 몸소 이 모든 일을 일구어 나가시기때문입니다.
이 진리를 기억하면서 본인이 소유한 것을 비워내는 사람, 하느님께 믿음을
두고 더욱 의지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분의 도움 아래서 살아가게 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서 빈손으로, 하지만 충실히 응답하며 겸손되이 살아가는
복된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청해봅니다.
-최건봉 바오로 신부(다산 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