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비누처럼
찬미예수님!
오늘 우리는 11월 위령성월의 첫 번째 주일인 연중 제31주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한 달 뒤면, 교회력 상으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대림 제1주일이 됩니다.
깊어가는 가을, 한해를 마감해 나가는 이 시기를 보내며, 과연 올 한해
우리의 신앙생활은 어떠하였는지, 차분히 성찰의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손을 씻는 세면대 옆에는 비누가 하나씩 놓여있습니다.
향기 나는 비누도 있겠지만, 비누 본연의 역할은 바로 더러워진 손을
깨끗이 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무심코 비누를 사용하지만, 문득 이 비누를 바라보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비누는 우리가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살이 조금씩 녹아서 사라집니다.
자신의 몸이 점점 작아지다가, 마지막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비누는 묵묵히 자기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더러움을 없애줍니다.
만일 비누가 잘 녹지 않는다면, 그만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고, 결국에는 쓸모없는 물건 취급을 받으며 버려질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인 ‘워너메이커’의 설립자 존 워너메이커
(John Wanamaker)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자기희생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비누와도 같은
사람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자기 것을 아끼려는 사람은 물에 녹지 않는
비누와도 같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첫째 가는 계명이 무엇입니까?"라는
한 율법학자의 물음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대답하십니다.
당시에 율법은 무려 613개에 이르는 세부 조항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근본정신을 망각한 채 변질되어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계명들을
통틀어 사랑의 이중계명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시어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죄 사함을 위해,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또한,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낍니다.
만일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으시다면, 그 사람을 먼저 사랑하십시오.
사랑받고 싶은 그 대상에게 다가가, 자신을 내세우지 말고 작아지십시오.
마치 비누처럼, 여러분도 상대방 앞에서 작아지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녹아 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의 최우선 순위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두고 성실히 실천해
나간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세상, 우리가 속한 공동체는 진정한
일치와 화합을 이루고, 참된 평화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분명 우리 앞에는 하늘나라가 찬란히 펼쳐질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모두, 이미 시작된 하늘나라의 완성을 희망하며, 주님께서
베푸시는 참된 평화와 기쁨의 은총 충만히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곽준영 유스티노 신부 (후곡 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