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하느님을 믿고 싶습니다
일본이 진주만 전쟁을 일으키기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일본인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 교외에서 장미 농장을 경영했다.
이들 농장 옆에도 스위스에서 이민 온 부부가 장미 농장을 경영했다.
두 집의 농장 사업은 모두 잘 되었고, 두 가정은 좋은 이웃으로 잘 지냈다.
함께 차도 마시고 장미를 잘 키우기 위한 정보도 나누었다.
또 일주일에 여러 차례 샌프란시스코로 나가 함께 장미를 팔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이민 온 부부는 그리스도인들이었다.
이들은 일본인 부부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복음을 전하면서 예수님을
믿으라고 권했다.
그때마다 일본인 부부는 조용히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미국 정부는 일본 이민자들을 수용소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콜로라도 수용소에 가게 되었다.
콜로라도로 떠나야 하는 일본인 부부는 그동안 삶의 터전인 장미 농장을
그대로 둔 채 떠나는 것이 무척 가슴 아프고 절망적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이웃 스위스인 부부가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들이 없는 동안 잘 돌보겠습니다."
일본인 부부는 겉으로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미심쩍었다.
'과연 저들이 남의 농장을 제대로 돌보아 줄까?
우리가 없는 사이에 우리 농장을 차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런 그들의 생각을 눈치 챈 스위스인 부부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를 믿을 수 없다면 저희가 믿는 하느님을 믿으세요."
일본인 부부는 콜로라도 수용소에서 2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중앙역에 도착하니 스위스인 부부가 플래카드를
들고 그들을 환영하는 것이 아닌가! 플래카드에는
"집에 돌아오게 되심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집에 와 보니 농장은 잘 관리되어 있었고 아름다운 장미가 피어 있었다.
이 놀라운 광경 앞에서 일본인 부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부엌에 들어가 보니 테이블 위에 장미 한 송이가 꽂혀 있었고, 그 옆에
예금통장이 놓여 있었다.
그들이 콜로라도에 가 있는 동안 스위스인 부부가 그들의 장미 농장을
운영하면서 농장에서 나온 수익금을 모두 저금해 놓았던 것이다.
통장 옆에는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당신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고 쓰인 카드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카드를 읽는 순간 일본인 부부는 너무도 감격하여
"당신들의 하느님을 우리 하느님으로 믿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삶의 우물가에 오신 말씀」 송봉모)
이런 게 선교 아닐까요?
-정동수 안드레아 신부 (전주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