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

2017. 12. 29. 오전 6: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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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

     

     

    어느 날 저에게 예비자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았던 자매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반갑게 전화를 받았는데…. 자매는 남편과 한 달 전에 이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워 "이혼을 결정하기 전에 나와 좀 만나서 이야기 좀 하지" 하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때 그 자매의 대답이 "수녀님 늘 바쁘시잖아요. 안 그래도 바쁘신데 저희 일로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난 너희가 더 중요하고, 너희가 원하면 언제든지 시간을 낼 수 있었는데…" 하고 대답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던 것입니다. "바빠… 바빠서…" 하면서 늘 동동거리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신호등의 초록 불빛이 멀리서 보이면 숨이 차도록 뛰어가서 건너고, 전철이 출발할까 봐 계단을 허둥지둥 오르내리고, 빠른 환승 게이트가 어디인가 찾아보고. 사실은 그렇게 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바쁘게 사는 일'에 길들어있다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바빠 보이는 저의 모습이 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을 주저하게 하고야 말았으니 '이 바쁜 마음과 몸 또한 죄악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했던 연피정이 생각납니다. 지도 신부님께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녀원 밖으로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도 만나보고 사람들 사는 모습도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7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저는 천천히 걸으면서 하늘도 바라보고, 하늘 위에 흐르는 구름도 가만히 보았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아주머니를 따라가서 짐을 함께 들어주기도 하였습니다.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오는 작은 꽃을 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기도 하습니다. 그리고 내 곁을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멈춰 서서 그분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면 그분들은 고마워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하습니다. 평상시와 같았다면 무심코 지나갔을 많은 것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어루만지는 저 자신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가 멈춘 그 자리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느꼈습니다. 어떤 분이"수녀님 바쁘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했을 때 제 대답은"저요… 있는 거라고는 시간밖에 없습니다."였습니다. 시간과 바쁨으로부터의 해방! 이것이 바로 하늘나라였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대림시기를 지내면서 제게 가만히 속삭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 -이희윤 마리 스텔라 수녀 (착한목자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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