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계신 주님과의 동행
하느님의 은총 속에 안식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식년 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남미 여행이었지요.
마침 볼리비아에서 선교 중이던 동창 신부가 페루로 선교지를 이동하면서
시간을 조금 낼 수 있었고 함께 안식년 중인 다른 동창신부 이렇게 세 명이
길을 나섰습니다.
절친 동창 신부들과의 남미 여행이 많이 기대되더군요.
그런데 남미로 가는 첫 관문인 뉴욕에서 동창 신부 한 명이 갑작스럽게
심장 혈관이 막혀 급하게 스텐트 시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생명이 위독할 수도 여러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아무 탈 없이 건강을 회복하였습니다.
비록 남미 땅은 밟아 보지도 못한 채 여행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하느님의 손길을 강하게 체험하는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큰일이 아닐지라도 우리의 평범한 일상 안에 주님께서는 사랑의 손길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펼치고 계십니다.
친히 약속하신 대로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동행하고 계시지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눈을 가릴지라도, 때론 주님을 원망하고
거부할 때라도 주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살면서 하느님의 자비로운 손길을 얼마나 느끼고 계신지요?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저 멀리 하늘에만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 삶에
동행하시며 우리들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만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 마음은 타오르게 되고 힘찬 부활의 증인, 사랑의 증인으로
변화될 수 있겠지요.
오늘 복음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가 바로 우리 이야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그 사랑을 발견하며 그분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도록 주님 안에 머물며 그분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어리석게 불평불만을 쏟아 내지 말고 믿음에 굼뜨지 않게 말이죠.
부활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이 아니라 발견이며 만남이며 체험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삶 속에 무수히 내재되어 있는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하고
그분의 은총과 사랑을 만나고 체험하는 복된 부활 시기 보내시길
마음을 모아 기도 립니다.
-박재범 사도요한 신부(안식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