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인 11월은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 하는 달입니다
교회가 죽은 이를 위해 기도를 바치는 것은 초대교회 때부터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 잘못한 죄를 다 기워갚지 못하고 죽은 사람은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천상 행복에 들기 전에 정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렇게 사람이 죽어 그 영혼이 정화 중에 있는 상태를 전통적으로 연옥이라고
불렀습니다.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란 이렇게 정화 중에 있는 영혼이 속히 정화를 마치고
하느님 품에서 영복을 누리도록 해 달라고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죽은 이를 위한 기도는 무엇보다도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과 희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회개하고 구원, 곧 영원한 삶을 얻을 기회가 아직 있지만
죽은 이들은 자신의 노력으로는 구원에 이를 희망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이렇게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죽은 이들도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산 이들의 기도가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갓난 아이나 중환자실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환자는 아무리 원해도
혼자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곁에서 돌봐주는 엄마와 봉사자가 있기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죽은 이를 위한 기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죽은 이를 위한 기도는 또한 사랑의 행위이기도 합니다.
죽은 이야말로 가장 힘없고 약한 이들입니다.
그들에게서는 더 기대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죽은 이를 위한 기도는 또한 우리가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 교리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거룩한 백성의 모임, 곧 성도(聖徒)들 공동체입니다.
성도들 공동체인 교회는 현세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지상교회) 뿐
아니라 이미 천국 영광 중에 살아가는 성인들(천상교회)과 연옥에서 단련받는
이들(정화 중인 교회)이 함께 친교를 이루는 교회입니다.
'모든 성인의 통공'이란 이렇게 세 형태로 이뤄진 하느님 백성이 서로 공을
나누고 통교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통공에는 기도뿐 아니라 희생과 사랑 등 온갖 좋고 거룩한 일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천상의 성인들께 우리를 위해 빌어 달라고 전구(轉求)하기도
하고,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치기도 하는
것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는 성인들 통공과 관련,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의 친교를 믿습니다.
곧, 지상에서 순례자로 있는 사람들, 남은 정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죽은 이들,
하늘에 있는 복된 분들이 모두 오직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친교로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신 하느님과 그분의 성인들이
우리의 기도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