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는 왜?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을 들려주는 강의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강사는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듯 들려주며
역사 속 인물들의 생각과 말, 행적을 전해주었습니다.
어찌나 강의가 흥미진진했던지 쉽사리 눈과 귀를 뗄 수가 없었고,
끝까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났을 때,
가슴 속에서 느낀 감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과거에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이 떠올랐습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제대로 알고 현재에서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역사의 인물들이 남긴 말과 행적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현상과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을
보는 시각일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본질을 바라보는 사람들입니다.
너머의 희망을 보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체험하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삶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을 위한 열쇠는 바로 “왜”에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과 행적도
우리가 잘 아는 한국의 첫 조선인 사제, 마카오에서의 유학생활,
새남터 순교 등 짤막한 생애의 특징에 국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왜"라고 말입니다.
이 말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 의미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게 해주는 시각을
열어줍니다.
그래야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가 보여주신 말과 행동의 본질적인 의미와 생각,
그분의 믿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중학교 3학년의 나이에 7개월을 쉬지 않고 달려 마카오에
당도했습니다.
당시의 조선에는 박해가 일어나고 있었고, 중국으로 가기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조건의 상황에서도 그분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굳건했습니다.
현저히 체력이 약한 김대건 신부님을 유학 보냈던 모방 신부가 걱정했다는
기록이 보여주듯, 소년 김대건은 순탄치 않았던 여정을 주님께 의탁하며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부제품을 받은 안드레아는 조선에 입국하여 한양에서 11명의 신자들을
데리고 배에 올라 상해로 출발하였고, 폭풍우를 만나 돛대 두 개를
베어 버리고 식량을 바다에 버렸으며, 그로 인해 사흘을 굶은 교우들이
희망을 잃고 슬퍼했을 때, 김대건 안드레아 부제는 성모 마리아의 상본을
보이며, "두려워 마십시오.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 곁에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과 성모님의 보호를 굳게 믿는 모습 속에서 그분이 지니셨던
놀라운 신앙을 우리들은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김대건 신부가
'왜 그토록 조선으로 돌아가려 했는가?'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유학을 떠난 후부터 줄곧 조선에 들어갈 방법을 모색했고
정탐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선의 상황과 국경지역의 경비 정도를
점검했습니다.
김대건 신부가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은 조선에 남아 있는 신자들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의 신자들이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들의 생활이 영적으로
충만하며 주님의 축복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제들을 조선으로
입국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신자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성사생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던 그분의 생은
결국 조선에 입국하여 신자들을 만나는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자들을 위한 마음은 옥중에서 쓴 회유편지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바란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예수님께서 양들을 사랑하고 안타까워하셨듯이 조선의 신자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복락만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그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믿음은 자신의 모든 전존재를 통해 고백하는 것이며, 그 고백은 말과 행동으로
증거하는 것입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가 보여준
사랑과 믿음을 가슴에 새기고 주님께 의탁하는 삶으로 고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라현준 베드로 신부(인천교구 아동청소년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