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중국 삼국지(三國志)에 보면,
"적벽에서 위(魏)나라 조조(曹操:155∼220)가 오(吳)·촉(蜀) 연합군과
전투를 벌인 적벽대전(赤壁大戰) 중에 촉나라의 관우(關羽: ? ∼219)는
제갈량(諸葛亮:181∼234)에게 조조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화용도(華容道)에서 포위된 조조를 죽이지 않고 길을 내주어 달아나게 하고
돌아왔다.
그래서 제갈량은 관우를 참수하려 하였으나 유비(劉備:161∼223)의
간청에 따라 관우의 목숨을 살려주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관우를 조조에게 보내면서 제갈량은 유비에게
"천문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므로 일전에 조조에게
은혜를 입었던 관우로 하여금 그 은혜를 갚으라고 화용도로 보냈습니다.
내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 다 할지라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렸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려 따를 뿐입니다.
(修人事待 天命)."라고 하였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 나오는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라는 말에서
"자기 할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命)을 기다린다.
즉,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 하여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기다리고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진인사대천명(盡 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유래했습니다.
이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의 의미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당신께서 하셔야 할 일을
다 하셨습니다.
한마디로 "진인사(盡人事)"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시고자 그 말씀에 순명하시면서 가난한 이들, 병자들,
과부들, 고통 받는 이들, 죄인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당신이 걸어가셔야 할
수난과 고통의 길을 거부하지 않으셨고, 결국에는 자신의 길을 다 걸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시면서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라는 말씀을
남기십니다.
이 말씀 안에서 우리는 "진인사(盡人事)"했던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待天命)"에 맡기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은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진인사(盡人事)"해야 합니다.
인간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전심전력(全心全力)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하고, 고통 받는 이들,
병자들, 고아들, 그 밖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 에게 관심을 갖고
진심(眞心)을 다해서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실천해야 할 "진인사(盡人事)"의 삶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한
신앙생활에 대해 세속적인 이유로 합리화하려고만 애를 씁니다.
부족하고 하느님 뜻을 실천 하지 못하는 신앙생활을 반성하고 어떻게 하면
"진인사(盡人事)"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뜻(待天命)"인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예수님께서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자세를 묵상하면서,
우리도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자세로 이 성주간을 정성껏 보내야 하겠습니다.
-이석재 (안드레아) 신부(수원교구 안법 고등학교 교목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