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에 일본 홋가이도 삿뽀로 교구로 파견되어 선교 사제로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교구장님과 신부님들, 그리고 신자분들에게 안부인사를 올립니다.
이곳에 발령을 받고 오자마자, 삿뽀로의 성당 2곳
(야마하나성당, 북26조성당)에 부임해서 더듬더듬 일본어로 인사를 하고
미사를 집전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습니다.
새로움에서 비롯되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주님의 부르심 안에서 열매를 맺길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쉼'의 시간은 세상 창조때부터 하느님께서 정하신 거룩한 날이고
축복의 시간(창세기 2.3)입니다.
이곳에 와서 매일 오전시간에는 신자분들과 미사를 집전하고
오후에는 일본어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며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에 홋가이도 하꼬다데에 위치한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이틀간 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54명의 수녀님들과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며 함께 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관상수도원에 방문할 때 늘 체험하는 느낌인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수녀님들 한분 한분의 모습이 참 밝고 평화로와 보였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감옥과도 같이, 세상 밖으로 한번도 나가지 않고
평생을 기도와 노동으로 수도원에서만 생활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저의 궁금증은 의외로 간단한 대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신부님, 저희는 오늘 하루만을 충실히 살아갑니다.
이 하루만을 충만히 누리고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이 하루가 30년이 되고, 5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평생 만나지 못할 내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지금 누려야 할 축복의 시간들을 잃어버리고,
오늘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고요함 가운데 밤하늘의 별빛은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이나 아름답게
수도원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별들을 지어내신 하느님,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주님,
우리 모두가 어두운 밤하늘을 지켜내는 아름답고 행복한 별들이 되어
세상을 비추어내는 신앙인들이 되게 하소서".
기도가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수도원에서의 "쉼"의 시간은 새로운 선교사제로서의 삶에 커다란
주님의 축복과 은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언제나 주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무더운 여름입니다.
"쉼"의 시간들이 여러분들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과 은총의 시간들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정수 베드로 신부(해외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