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인천에 있는 인하대학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아파서가 아니고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거기 입원해 있기 때문에 병문안을 갔던 것이지요.
병문안은 환자에게 번거로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되어 웬만하면 가지않는데, 이 친구의 병명이 백혈병이라는, 좀 황당한 경우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동창들 십여명과 함께 병원을 찾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얼굴도 괜찮고, 농담도 제법 하기에 저으기 안심은 됐습니다만, 가족들 말로는 본인은 자신이 백혈병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거지, 실제로는 좀 심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기야 자신이 백혈병 환자라는 것을 알면서 그토록 명랑할 수는 없겠지요.
다행히 자식 두 놈이 그 병원 의사라서 특별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긴하지만, 당장 필요한 골수이식을 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골수 기증자로 적합한 형과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데, 아무도 골수기증을 해주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 친구 아버지는 대전(大田)의 관저동이라고 하는 데서 몇 대째 적지않은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어왔는데, 이 땅이 아파트 부지로 수용되면서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다는군요.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보상금에 대한 형제간 다툼이 생겨 형제간과 자매간에 송사(訟事)가 일어나 몇년동안 형제간이 아니고 서로 원수 사이가 되어 으르렁거리며 싸웠답니다.
다행히 이 친구가 소송에 이겨 보상금을 많이 차지하는데 성공은 했는데, 그 송사기간 동안 너무 몸과 마음을 많이 다쳐, 옛날의 그의 모습을 찾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그가 병을 얻게된 것도 그동안의 마음 고생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형제자매들이 원수같이 되어버린 이 친구에게 골수기증을 해주지 않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겠지요.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오는 찻속에서 저는 많은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재산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형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재산을 더 찾기 위해 그토록 혼신을 다해 소송에서 승소하고 얻은 것은 치명적인 백혈병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친구가 느끼게 될 허망함을 생각하면 답답한 생각 밖에 들지 않더군요.
'톨스토이'의 작품중에 이런 것이 있지요.
어느 농부가, 하루 낮동안 걸어서 만든 넓이만큼 땅을 주겠다는 악마의 꾐에 빠져 해질녘까지 달려 넓은 땅을 차지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기진해서 쓰러져 죽어 여섯자의 땅 속에 묻힌다는...
좀 안된 얘기지만, 그 친구는 자기에게 배당된 보상금 외에 더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형제지간의 정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식들을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럴까요?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다가, 이 땅에서의 생(生)이 다해 형제와 교우들의 사랑 속에 천국에 들게 될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행복한지,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여선 (다니엘)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