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이웃
골목 사람들에게 남긴 믿음
권남희/수필가/한성디지털 대학교 강사
호숫가 동네를 떠나온 지 수년이 지났지만 그 남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다.
그는 내가 호숫가에서 살았던 10여 년 동안 날마다 나의 집 앞을 쓸어주었다.
이사를 온 후 한동안은 대문을 나설 때마다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대문 앞이 말끔하게 비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집 앞뿐만 아니라 골목 입구부터 모퉁이에 있는 나의 집 앞을 돌아 담이 끝나는 부분까지 낙엽을 쓸어 모으고 밤사이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까지 일일이 줍고 다녔다.
눈이 내린 날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눈을 양쪽으로 쓸어 놓았다.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 이른 아침에 그 일을 하기 때문에 한동안 골목을 누가 청소하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여행을 떠나느라 새벽에 대문을 나서다 골목을 비질하고 있는 그를 보았다.
옆집에 살고 있는 초로(初老)의 아저씨였다.
내심 그가 고마워 틈을 내 무언가를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해 생각으로만 몇 달을 흘려 보내고서야 겨우 시골에서 보내온 과일을 갖다 드릴 수 있었다.
그는 도리어 미안해 하며 그 역시 시골 친지에게 받았다는 간 고등어 몇 마리를 기어이 건네주었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게 더 많은 것을 받고 나니 얄팍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만 했다.
모임이 많다는 핑계로 내가 살고 있는 골목 한번 쓸 엄두를 내지 못한 나. 아침 잠이 많다는 이유로,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컴퓨터와 씨름을 하느라 내 집의 대문 밖 한번 청소하지 않은 나였다.
젊은 사람의 게으름과 이기심을 탓할 법도 하지만 그는 묵묵히 골목을 청소할 뿐이었다.
어느 날부터 골목이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담 밑에는 나뭇잎들이 떨어져 배수관을 막고 버려진 담배꽁초며 비닐, 아이들이 버린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굴러다녔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골목 안 사람들이 궁금증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골목이 더러워지고 난 뒤였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자기 집 앞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했던 그가 다시 어느 섬에 있는 학교로 떠나간 것도 훨씬 후에 알았다.
그가 있는 한 그 섬은 오염되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을 가지며 그를 생각한다.
**이 글은 월간지 '참 소중한 당신' 2006/1월호에 실린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실행에 옮겨야 하겠다고 다짐을 해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