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저, 한 10년 동안 성당 못나오다 오늘 처음 나와 봤습니다.
아, 그래요? 잘 오셨어요 반가워요. 그런데 그동안 누가 못나오게 했나요?
그런 건 아니고요,
고3땐 대 입시 때문에, 대학 땐 동아리 활동 때문에,그리고 군대갔다 오고
요즘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밟느라 바쁘거든요.
아, 그러셨구만, 그래 나와보니 어때요 좋지요?
예, 좋긴 한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서먹서먹하고 콱 와 닿질 않네요
그래요? 미안해요 콱 와 닿게 못해드려서...
그런데 아까 보니 학구파라 그러신지 미사 내내 주보만 보시던데 뭘 그렇게 열심히 읽었어요?
예, 광고까지 다 읽었습니다. ㅎㅎㅎ 그래요, 매일 미사 책은 가져왔어요?
아니요~ 성가 책은? 그것도요. 그럼 맨몸만 온 거예요? 예, 그렇습니다.
아마 집에서 미리 다 읽어보신 모양이군, 그럼 오늘 제1 독서 내용이 뭔지 아세요?
... ... ...
복음 내용은?
... ... ...
성당은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면 이발사가 다 알아서 깨끗이 해주는 이발소하곤 다르지요
어쩌다 기분내키면 한번 쓰윽 나와 보는 그런곳이 아니라 하느님을 만날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오는 곳이지요
박사가 되기 위해서도 미리 예습하고 강의를 잘 귀담아 듣고 중요한 부분은 노트하고
집에 와선 또 복습하고 참고 문헌 들춰보고 리포트 써내랴 정신 없지요
예, 맞습니다.
그런데 성당은 왜 그러실까?
대단히 미안하지만, 설마 대학원 강의도 늘 늦고, 아무 준비 없이 맨몸으로
가 뒷좌석에 앉아 신문이나 읽다가 콱 와 닿는 게 없다고 그러는 건 아니시겠지? ^^*
죄송합니다, 신부님
그러지 말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해야 되겠어요
오늘 복음에 바로 씨앗과 땅에 대한 말씀이 나오는데 아무리 풍성한 열매를 맺고 행복을 가져다 주는
좋은 씨앗이라도 사막에 떨어지면 말라 죽어버리지요
사막이란 알다시피 버려진 땅, 무관심하고 노력이 없는땅을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백 배의 결실을 맺는 좋은 땅이란 갈아 엎어서 숨도 쉬고 햇빛도 받고 적절한 습도도
유지하며 늘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이루는 땅을 말하지요
미사 오기 전에 지난주 성서와 강론 말씀을 회상하면서 그대로 잘 살았는지 성찰해보고
이번 주일 성서 내용은 무엇인지 찾아서 미리 읽고 묵상하고 그렇게 노력할 때
틀림없이 콱 와 닿는 게 있을 뿐 아니라 주님이 말씀하신
" 백 배의 풍성한 열매를 맺는 아주 좋은 땅" 이 될거예요.
" 교우 여러분 사랑해요
주님 안에 즐거운 한 주간 되세요
